"유망 신진작가 발굴이 畵商의 본분"
이중섭 박수근 그림의 위작 시비는 이들이 남긴 그림값 탓이다. 손바닥만한 그림 한장이 아파트 한 채 값을 호가하면서 파생된 일이다. 그러나 전국 미술대학에서 일년에 7천 명 정도 쏟아져 나오는 예비 화가를 포함해 우리나라 화가 중 그림으로 먹고 사는 이는 2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림 그리기로는 생계가 어렵다. 서울 호화 아파트 십여 채 값에 불과한 규모가 우리 미술 시장의 현주소다.
한국화랑협회 김태수(金泰樹·64) 회장은 신진 화가를 발굴 양성하는 것을 진정한 화상(畵商)의 자세라고 말한다. 화랑들이 100원에 산 그림을 1천 원에 파는 데만 매달리고선 우리 미술계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신진 작가를 양성하는 한편 우리 그림을 해외 시장에 알려, 미술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제 아트페어를 열고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을 뻔질나게 다닌다.
지금 그의 머리에는 북경시내에 우리 미술품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중국 대도시의 넓고 큰 길과 하늘 높이 올라가는 빌딩을 장식하는 것은 그림이라고 믿는다.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제도 폐지와 미술품 담보대출 불가 조항 삭제는 협회장으로서 그가 이룬 공로다. 그런 때문일까, "지금이 미술품 사는 데 최적기"라고 권한다. 소액 투자로는 그림이 최고라고 한다. 화가 한 명이 일년내내 그려도 수십 점을 넘지 못하는 그림이야말로 한정품으로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은행이나 대기업을 찾아 다니며 비싼 그림보다는 유망 신진작가의 그림을 사라고 설득한다.
교육 환경을 따지면 대구만한 도시가 없다. 그런데도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는 게 대구의 현실이다. 이제 미술관을 세운다고 하지만 그의 눈에는 마뜩찮다. 미술관 건립은 건물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대구 미술관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한다.
대구가 낳은 당대 최고의 화가 이인성 방을 만들면 일본에서도 미술관을 보러 대구에 몰려올 거란다. 이인성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열을 낸다. "이인성이 해라면 이중섭은 달도 아니었다"는 그에게 이인성은 진짜 화가다.
대구 토박이로 대학에서는 화공학을 전공했다. 미대생 친구의 졸업논문을 도와주며 샤갈을 알게 됐고 그림 세계에 눈을 떴다. 돈이 생기면 한점 한점 사모았다. 그러다 아예 화랑을 열었다. 내년 3월이면 만 30년이 되는 맥향화랑이다.
미국 미술관에 갔을 때였다. 현대미술관에는 산업쓰레기를 찌부려 놓은 게 전시돼 있었다. 아름다운 것이 미술인 줄 알던 그로선 타이어 폐품의 예술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새로운 예술가를 진지한 눈으로 뽑아내는 것을 화랑의 덕목으로 여기던 그가 내린 결론은 '나는 화랑할 자격이 없다'였다. 고민끝에 본격 공부를 선택했다. 49살에 영남대 미대 대학원에 입학, 4년을 다녔다.
이달 말 독일서 열리는 아트페어에는 그가 발굴한 지역의 젊은 화가와 같이 간다. 독일 미술계에 한국의 신진 유망작가를 소개하는 셈이다. 화랑협회 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대구로 간다. 농촌학교를 빌려 멋진 아트센터를 꾸밀 꿈이 있다. 화랑하면서 적잖은 돈을 까먹었지만 좋아서 한 일에 후회는 없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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