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교육청이 야심차게 시작한 복지시설의 '독서치료'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이름 뿐인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책을 살 돈조차 부족해 아예 학생들이 책을 읽지도 못한 채 자원봉사자가 복사해 나눠주는 복사물 몇 장으로 수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
시 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대구지역 18개 복지시설 아동 557명에게 독서치료를 시작했다.이를 위해 대구교육과학연구원 소속 상담 자원봉사자 56명이 120시간의 특별연수를 받아 '독서치료사' 자격을 갖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고작 1천200여만 원. 시설당 독서치료 대상도서(20권) 1세트씩밖에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빈약한 예산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책보다는 짧은 글 하나를 복사해 아이들과 돌려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독서치료를 대신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복지시설에 각 1세트의 책이 주어지지만 이 책으로 일주일 동안 한 반에 10여 명 넘는 학생들이 같은 책을 돌려 읽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자원봉사자 김모(42·여) 씨는 "학생들에게 순번을 정해주고 한 권의 책을 돌려읽도록 당부했지만 아예 시설 측에서 책을 보관해 두고 학생들에게 내주지 않아 읽지 못했다는 경우도 잦아 포기하게 됐다"며 "치료 이전에 독서교육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원경 시 교육청 장학사는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독서치료가 굳이 책 한 권을 읽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며 학생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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