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화학노련 前간부 해고된 뒤 자살

입력 2005-10-24 08:58:26

'노조의 노조' 결성후 지도부와 갈등

'노조의 노조' 간부가 해고된 뒤 스스로 목숨을끊어 노동단체가 노조에 대한 탄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 위원장박헌수) 전 간부인 민한홍(40)씨가 22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자신의 집에서 창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직 간부인 민씨는 지난달 15일 화학노련에서 징계 해고된 이후 서울 여의도한국노총 건물 앞에서 1인시위 등을 벌이며 복직투쟁을 해오던 중이었다. 경찰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민씨의 유서가 있는지와 민씨 가족, 화학노련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화학노련 일부 관계자들은 민씨가 해고된 뒤 심적인 부담을 크게가져온 점 등을 들어 민씨가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학노련 조사교육부장이던 민씨는 5월20일 화학노련 채용직 직원들을 주축으로'노조의 노조' 성격인 '경인화학일반노조'를 결성해 부위원장을 맡으며 화학노련 지도부와 갈등을 겪어왔다.

화학노련은 민씨를 8월11일 위원장 '지시 불이행'과 '무단 결근' 등을 이유로한달 이상 직위해제와 동시에 대기 발령을 냈으며 민씨가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자지난달 29일에는 재심을 열어 해고를 확정했다.

그러나 화학노련 일부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동운동을 하는 화학노련이 노조결성을 탄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노조의 노조 탄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임준택 화학노련 정책실장(경인화학일반노조 위원장)은 "민 부장은 해고 이후 ' 박봉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 현장을 지켜왔는데 어처구니 없는 사유로 해고를 당한점이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과 가족에게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해고로 인한 심적 고통이 그를 자살로 몰아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 결성 취지에 미조직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더불어 노동단체 사무처운영의 비민주성 개혁이 포함된 점을 들어 화학노련 지도부가 자진 해산을 압박하기도 했다"면서 "노동단체가 정당한 노조결성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화학노련 박 위원장은 "민 전 부장에 대한 징계는 조직의 규정과 규약에 따라 이뤄졌지만 그의 죽음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유가족을 도울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노조 결성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민 전 부장의 죽음과 노조 결성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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