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결혼식? 생소하다. 하지만 서울에선 이미 적잖이 흔해진 풍경. 주5일근무가 정착되면서 새롭게 생긴 사회현상으로 대구에서도 막 도입되기 시작했다. 호텔 예식부마다 금요일 밤 결혼에 관한 전화문의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것. 대구에서 금요일에 결혼한 두 신혼커플을 만났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결혼한 이정진(가명.32)·양수혜(가명.29)씨. 이들 부부는 결혼식에 참여할 하객들을 위해 금요일 결혼을 생각했다. 하객들의 주말계획을 망치게하고 싶지 않았던 것. 관습이나 격식보다 양가 가족, 친지, 친한 친구들이 모여 여유롭게 즐기면서 축하해줄 수 있는 결혼을 위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요일을 택했다.
이씨는 "결혼휴가 1주일에 주말 2일을 더해 미국으로 8박9일동안 신혼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며 "금요일 저녁에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빠듯하겠지만 여행일정을 맞출 수는 있다"고 했다.
신부 양씨는 "서울, 인천 등에서 오지 못한 친구들이 있어 아쉽지만 금요일 결혼이 대체로 만족스럽다"며 "주차장, 저녁부페, 부대시설 이용 등 모든 것이 한가로울 정도로 여유있게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양씨 역시 금요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양씨는 "결혼 당사자 둘의 금요일 결혼 생각이 워낙 강하다보니 부보님도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 4월 금요일 밤에 결혼식을 올린 서권형(28.대구 시지고 테니스코치)·최지현(28)씨는 양가 부모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은 경우. .
경북 청도가 고향인 서씨의 부모는 처음엔 하객들 없이 몇몇 가까운 친척들만 초청해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자 했으나 결국은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금요일 저녁혼례를 올렸다.
서씨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일요일 결혼이 좋겠지만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금요결혼에 동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씨는 "주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꼭 와야할 사람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냈지만 200여 명이 결혼식에 참석했다"며 "친한 친구 대부분은 금요일 정상적인 근무를 마친 뒤 곧바로 찾아와줘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평일인 금요일에 결혼식을 해 누린 혜택도 많았다. 인터불고 호텔 예식부에서는 금요결혼 커플을 위해 식사 및 웨딩패키지 10% 할인, 객실 1박 무료서비스, 호텔 체크아웃(Check-out.퇴실) 시간연장, 무료주차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해줬다.
서권형.최지현 부부는 "무엇보다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좋았다"며 "금요일 밤 결혼식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금요웨딩 예찬론을 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