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대구전' 26일부터 계명대박물관서 열린다

입력 2005-10-21 10: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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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박물관에서 25일부터 열리는 '대영박물관 대구전'은 런던 대영박물관의 축소판이다. 영국의 소장유물 700만점에 비하면 극소량이지만 영국에 가지 않고도 인류 문명사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총 보험평가액만 1천5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전시물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유물을 알아본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 유물=이집트 유물은 세계문명을 열었던 고대유물의 정수를 보여준다. 무릎꿇고 앉아있는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4세' 석상(기원전 1천150년경)과 미라의 놀라운 방부기술을 보여주는 '성인 여자의 미라'(기원전 1천년경)는 시간과 함께 소멸하는 육체를 붙잡으려는 고대인들의 안타까운 갈망을 엿볼 수 있다. 세가지 문자로 성직자의 조문이 새겨진 '로제타 스톤'은 비록 복제품이지만 이집트학의 기념비적 유적이다.

수메르 시대 '여왕의 수금'(기원전 2천600~2천400년경)의 황금 황소머리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앗시리아의 '아슈르나시르팔 2세'(기원전 883~859년)상 역시 세월을 뛰어넘어 당당한 정복군주의 모습으로 서있다. 신앗리아 제국의 벽화부조 '죽어가는 사자(기원전 645년경)는 화살을 맞고 피를 토하는 장면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그리스·로마 조각=책으로만 보던 그리스·로마조각의 생생한 사실감을 확인할 수 있다. '쿠로소 토르소'(기원전 520~510년경)는 머리와 팔 다리가 없는 청년상인데 부드러운 곡선과 젊은 인체미의 원형을 한껏 드러낸다. 로마시대의 '디오니소스 대리석상'(2세기), '안티노스 반신상'(2세기) 역시 살아있는 듯 꿈틀댄다. 엄격한 인체 비례의 청동상 '헤르메스'(기원전 200~100년경)는 강렬한 콘트라스트에 근육을 강조하는 헬레니즘 양식이다.

또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발굴된 코린트 양식의 청동투구(기원전 460년경)엔 전사의 피땀과 전장의 살벌함이 베어 있고, 2세기께 로마시대에 이집트 미라관 뚜껑 위에 그렸다는 '미라 초상화' 3점(60년경)에서는 아름다운 색깔과 능란한 붓질이 당대 회화수준을 단박에 드러낸다.

◇르네상스기 회화=회화에서도 도판으로만 보던 실물들이 눈을 번쩍이게 한다. 미술사에서 가장 깊은 미스터리의 하나인 르네상스기 대표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멜랑콜리아'를 보는 감동이 만만찮다. 또 뒤러의 판화 '라우바하의 초상','공부하고 있는 성 제롬'도 실물로 전시된다.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대머리 남자의 옆 얼굴'과 렘브란트의 판화 '돌 위에 기댄 자화상', '골드바이거 평원', '대중 앞에선 예수', 라파엘로의 초기 드로잉 작품 '서있는 수염난 남자', 보쉬의 판화 '공격하는 코끼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밖에도 기원전 2세기 현재의 파키스탄에서 만들어진 불상 '서있는 부처'는 동서양이 혼합된 간다라미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 관에서는 해학과 단순성의 미학, 현대조각의 미니멀적 특성 등 현대미술에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많다.

박물관은 지하철 계명대역에서 5분 거리, 계명문화대학 방면 출입구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6시(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성인 1만2천원, 청소년 8천원, 어린이(만4세 이상) 7천원. 053)580-8877.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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