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 요금 인하 및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연장 논란 등을 둘러싼 국내 이동통신업체 간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국내이동통신 시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9일 SK텔레콤의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 요금 완전 무료화 발표에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뒤이어 결정될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존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이번 결정이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존폐 여부와 관련, 정부 등과의 협상 및 업계 간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잡아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건 아닌지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 CID 요금 무료화 파장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이번 CID 무료화 결정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한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한편으론 단말기 보조금과는 달리 줄곧 함께 반대해오다 갑자기 등을 돌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을 따라 CID 요금을 무료화할 경우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
실제 CID 서비스 요금을 무료화할 경우 SK텔레콤의 경우 연간 2천억 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KTF나 LG텔레콤의 900억~1천억 원보다 손실액이 두 배 이상 많지만 연간 순이익이 2조 원에 달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선 10% 정도의 수익 감소에 그치는 반면 지난해 순이익 244억 원에 불과했던 LG텔레콤의 경우 곧바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LG텔레콤 관계자는 "CID 요금 무료화가 SK텔레콤엔 일부 수익 감소에 그칠 수 있지만 후발사업자들에겐 생존의 문제"라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 보겠지만 SKT가 내렸다고 무조건 따라 내릴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존폐 논란
CID 서비스 요금 무료화보다 더 강력한 폭풍우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존폐 여부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업자 간 유효경쟁체제를 확립하고 단말기 보조금에 따른 사회·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해 2003년 3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했는데 시한이 내년 3월로 다가와 연내 존폐 여부를 결정해야할 상황.
이에 후발사업자들의 경우 CID 무료화에 단말기 보조금 지급까지 허용될 경우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체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어 독점체제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동통신서비스의 질 저하 등 대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WCDMA(화상통화가 가능한 기술표준) 도입 등에 4천억 원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CID 수익을 포기하고 단말기 보조금까지 지급하게 되면 투자확대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는 힘들어지고 엄청난 재정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 차원에서 요금 무료화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지만 장기적 고객편익 증진과 산업발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인 보조금 지급 금지법 일몰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텔레콤 관계자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CID 요금 무료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것도 아니고 어떤 노림수가 깔린 것은 더욱 아니다"며 "단말기 보조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