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20일 미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문화주권 보장을 위한 "문화 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보호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을 압도적 표차로 채택했다.
유네스코는 154개국 대표가 참석한 이날 총회 표결에서 찬성 148, 반대 2, 기권4로 협약안을 통과시켰다. 예상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표를 던졌고 호주 등이기권했다.
앞서 유네스코 총회 문화분과회의는 지난 17일 표결에서 찬성 151, 반대 2, 기권 2로 협약안을 채택해 총회 통과를 예고했다. 분과회의 표결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은 협약 초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협약안이 자유 통상 원칙을 어기는 무역장벽이 된다며 줄곧 강력 저지에 나섰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각국 대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약이 채택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자유화 진전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데 남용될 수 있다며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은 초안에 대해 28개의 수정 조항을 제안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따라탈퇴 19년만인 2003년 유네스코에 복귀한 미국이 다시 문화 부문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대표적인 스크린쿼터제 적용 국가인 우리나라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우려해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한국은 17일문화분과회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우리나라의 민간 부문에서는 그간 스크린쿼터문화연대를 중심으로 외국의 민간단체들과 연대해 다양성협약 관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 왔다. 앞으로 협약은 최소 30개국에서 비준돼야 국제 협약으로서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비준하지 않는 나라에는 구속력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이번 협약 채택은 문화 획일주의를 저지하고 소멸 위험에 있는 다양한약소 문화들을 국제법 차원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근거장치가 처음 마련됐다는 데 역사적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협약은 일반 상품에 대해 문화가 갖는 차별성, 각국의 문화 정책 주권, 문화적표현의 다양성을 보호및 개선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약은 각국에 문화 다양성 증진을 위한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문화적 표현들이 소멸 위기에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적절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게 했다.
또 개발도상국내 문화 산업의 강화, 개도국 예술가와 문화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특별 대우, 문화다양성 국제기금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규정했다.
쟁점 중 하나였던 다른 국제협약과의 관계 설정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은 이 협약이 다른 협약들에 종속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즉 다른 국제협약의 의무를 이행할때 문화 다양성 협약을 반드시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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