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대 조직적 금융비리사범 37명 적발

입력 2005-10-20 11:23:08

은행지점장과 대출담당 은행직원, 금융브로커, 감정평가사, 부동산 중개인들이 결탁해 부동산 담보물의 감정가를 허위로 과대 조작한 뒤 이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은 후 고의로 상환하지 않은 1천억 원대 조직적 금융비리 사범 37명이 적발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정상환)는 20일 ㄱ은행 지점장 정모(51), ㅇ은행 지점장 이모(55) 씨 등 1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감정평가사 백모(51),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56)씨 등 13명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대출 브로커 최모(40) 씨 등 6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이들이 신용불량자 등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접근, 담보대출을 받아 주겠다고 제의한 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부동산을 물색하고 명의 대여자를 구해 허위감정서를 꾸며 실제 가치보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는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금융브로커들은 1건당 1억 원, 감정평가사는 평가액의 1%, 부동산중개인은 1건당 500만 원, 명의대여자는 건수에 따라 500만~2천만 원의 돈을 나눠 가진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지점장의 경우 허위 감정의 정도가 심하거나 대출액이 많을수록 대출사례비가 높아 1건당 최고 5천만 원이 지급됐고 심지어 금괴나 다이아몬드가 제공되기도 했다. 또한 브로커들은 자신의 전담지점의 지점장을 매수하거나 전담 브로커들 간에 구축된 연락망을 통해 다른 지점의 전담 브로커와 연계하는 방식도 동원했다.

이번에 적발된 대출 전문 금융브로커 10여 명이 거래하는 은행망은 대구를 비롯해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에 분포돼 있다. 브로커 이모 씨는 감정평가사 및 은행직원 등과 짜고 6개월 동안 ㄱ은행 모 지점에서 8건에 95억 원을 조직적으로 부정 대출받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금품 등으로 지점장 등 은행직원들을 포섭해 부정대출을 받은 뒤 이를 미끼로 계속 추가 대출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해 왔으며 일부 은행원들은 브로커의 강압에 못 이겨 대출이자를 부담하거나 대출보증을 선 사례도 나타났다.

그동안 부정대출을 주도한 브로커들은 제3자 명의를 빌려 대출을 성사시킨 후 대출금을 현금으로 수령해 도주했기 때문에 전혀 노출이 안 돼 왔으나 이번 수사로 브로커들의 존재와 금융권의 공모 관계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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