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조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입력 2005-10-20 10:41:48

검찰이 대구의 택시노조 집행부에 대한 대대적 수술에 돌입했다. 택시노조 집행부가 사업주와 결탁해 노조원을 위한 노조가 아니라 사업주를 위한 노조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경감분은 사업주와 노조 집행부의 결탁을 부추기는 대표적 '눈먼 돈'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조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사업주와 노조 집행부가 나눠 쓰는 등 잘못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부가가치세 경감분인가

부가가치세 경감분은 정부가 택시회사들이 내는 부가가치세 50%를 경감해 택시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도록 한 돈이다.

하지만 정부는 1995년 부가가치세 경감분을 도입하면서 '노사합의에 따라 사용하라'고 규정해 대부분의 부가세 경감분이 노조원 모두를 위한 복지후생비가 아니라 회사와 노조 집행부의 '개인' 돈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대구 100개 택시회사들의 지난 10년간 부가세 경감분은 신고 금액 기준으로 모두 400억 원이나 된다.

정부는 부가세 경감분의 취지가 훼손되면서 올해부터 조세특례법을 개정, 부가세 경감분 전액을 택시 노동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고, 임금명세서에 기록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시행 10개월째를 맞은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택시기사들의 임금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전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ㅊ교통 한 택시기사는 지난달 186만 원의 사납금을 내고 부가세 경감분으로 5만5천680원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명시한 부가세 경감분은 부가세(월 사납금의 9.1%)에서 매입세액(부가세의 28%)을 뺀 절반분. 따라서 이 기사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부가세 경감분은 6만933원으로 5천 원이 넘는 돈을 회사에 떼인 셈이다.

사납금 255만7천 원을 낸 다른 기사는 어떨까. 훨씬 많은 돈을 벌었지만 부가가치세 경감분은 5만5천680원으로 똑 같다. 회사는 얼마를 벌든 모든 기사들에게 일괄적으로 똑같은 부가세 경감분을 지급하고 있는 것. 8만3천767원을 받아야 하는 이 기사는 2만8천87원이나 부가세 경감분을 덜 받은 것이다.

부가세 경감분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이 회사 기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대구 동구 ㅅ운수의 한 택시기사 임금 명세서에는 아예 부가가치세 경감분 기록조차 없었다. 기사들은 "회사에 부가세 경감분 사용내역을 따져야 할 노조 집행부가 입을 다물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택시노조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가가치세 경감분, 어디로 새는가

대구 달서구 ㄷ교통이 대구시에 제출한 2002년 3/4분기 부가가치세 경감분 사용내역에서 회사가 개별 임금으로 지급한 부가세 경감분은 708만6천 원에 불과하다. 부가세 경감분은 노조원 모두의 복지 후생비로 쓰여야 하는데도 조합장 임금으로 254만8천475원이 지출됐고 조합장 하계 휴가비, 중국 연수비, 추석선물 세트 등 조합장 개인 비용으로 지급한 돈만 234만 원이나 됐다. 회사 운영비로 써야하는 공과금, 퇴직금도 버젓이 부가세 경감분 사용내역으로 둔갑해 있었다.

대구시는 지난 2003년 12월 50개 택시업체 부가세 경감분 사용내역 조사결과 수백억 원의 부가세 경감분이 회사와 노조 집행부로 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사라진 부가세 경감분 모두에 대해 환급 조치를 내리면 대부분의 택시 업체가 문을 닫아야 했고, 이때만 해도 부가가치세를 노사합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사업주나 노조위원장을 처벌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하지만 최근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부가세 경감분을 둘러싼 사업주와 택시노조 집행부의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4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택시노조연맹 간부들을 잇따라 구속했다. 노조간부들은 "사업주에게 부가가치세 감면액 사용 지침이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결정되도록 노조원들을 설득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네받았다는 것.

대구지검 공안부(부장검사 하인수)도 같은 날 부가세 경감분 중 근로자복지기금 2천900여만 원을 노조위원장 판공비 등으로 사용하고 운전기사 제복구입과 관련,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전국 택시노조 대구지역 본부장 김모(45) 씨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고, 다른 노조 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단속은 없다

부가세 경감분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행정기관들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정부법은 강화됐지만 단속기관이 시에서 구청으로 바뀌면서 부가세경감분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 대구구청들은 시행 8개월이 지나도록 관리 감독에 손을 놓은 것. 임금명세서에 부가가치세 경감분을 기록하지 않는 택시 회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구청은 단 한건의 사업개선명령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구 택시개혁 추진연합 박용우 부장은 "7개 구청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담당자를 만나 건의한 후 비로소 지난 9월 22일 사업개선명령이 내려졌지만 사업개선명령을 내려도 겨우 차량 5대만 60일간 영업정지를 내렸다는 점에서 정부 행정지침도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구청들은 택시회사들이 요금계산기를 기준으로 부과세 경감분을 지급하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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