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명 교체…여성·학자 기용가능성
이용훈 대법원장이 19일 제청한 대법관 3명의 면면을 보면 조직 안정을 바라는 법원 내부 기류와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희망하는 법원 외부 요청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 법원 내·외부 요구 절충 = 이날 제청된 법조인 3명 중 김지형(사시 21회) 사법연수원 연구법관과 박시환(21회) 변호사 등 2명은 시민사회단체 등 법원 외부에서 추천 목소리가 높았다. 대법원장이 외부 요청을 대폭 수용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을 정통법관으로 분류할 때 외견상 내부 몫 1명, 외부 몫 2명으로 이 대법원장이 외부 목소리에 경사됐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 연구법관은 비서울대 출신 고려가 작용한 측면이 있어 꼭 외부 몫이라고 단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동기나 후배가 대법관이 되면 고위법관이 용퇴해온 관행에 따라 대법관 제청에서 탈락한 고위법관의 줄사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 같이 선택했다는 해석도 있다.
사시 20회의 김영란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의 최하 기수는 사시 12회의 양승태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이 기수와 서열을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이에 탈락한 법관들의 사퇴가 이어질 수 있는 공산이 컸다.
따라서 김 연구법관과 박 변호사는 사시 21회로 종전 인사관행에서 벗어난 예외축에 속하고 정통법관으로 분류되는 법조인 중에서는 사시 14회의 김 차장만을 제청함으로써 15회 이하 법관의 조직이탈을 방지하겠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학계 출신·제2여성 대법관은 내년에(?) = 앞으로도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실무와 이론에 충실한 정통법관이 대법관에 오를 수 있겠지만, 사회의 다양성과 소수자 보호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법조인이 대법관이 될 여지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고법 상고부가 설치되면 상고부 판사가 법관으로서 마지막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고 대법원은 사회 다양성을 반영한 인사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17일 개최됐던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학계 출신인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를 적격 후보자로 선정하고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2 여성 대법관 후보에 올려놓은 부분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내년에 5명의 대법관이 또다시 무더기로 교체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대법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9월에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헌법재판관 5명이 교체된다는 점에서 대법관이든, 재판관이든 이들의 기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관 제청에서 탈락한 이홍훈 수원지법원장의 경우 법원 내부는 물론 참여연대나 법원공무원노조 등 외부·시민사회단체에서도 꾸준히 추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헌재소장 임명을 위한 일보 후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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