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아트홀 '제1회 뉴질랜드 영화제'

입력 2005-10-19 16:25:14

색깔 있는 영화 골라 보는 즐거움

언젠가부터 영화관에서 소위 '색깔 있는' 영화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영화관 대신 인터넷을 뒤지거나 DVD를 구해 영화를 감상하곤 한다. 가끔 부산영화제 같이 색깔 있는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국제적인 영화축제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아쉬움을 느끼는 대구 영화팬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제1회 뉴질랜드 영화제'가 열린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는 '반지의 제왕' 정도만 알고 있던 뉴질랜드 영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함께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흥행작뿐만 아니라 부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각종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예술적인 감각의 영화들도 적잖다.

총 6개 부문에서 22편의 영화를 선보이는 이번 영화제는 뉴질랜드 현대 영화의 경향은 물론 마오리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영화인들, 새로이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감독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닌 뉴질랜드 영화의 자화상 등을 보여준다.

개막작은 빈센트 워드 감독의 '리버 퀸(River Queen)'. 올해 토론토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이자 부산영화제 특별전에 상영됐던 작품이다. 1860년대, 영국과 마오리 원주민의 영토분쟁을 배경으로 젊은 아일랜드계 이민자 여성인 사라와 그녀의 가족들이 이 전쟁에서 어느 한쪽 편도 들 수 없게 되는 입장에 놓이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과정을 보여준다.

'뉴질랜드 판타지' 부문에는 '천상의 피조물(Heavenly Creatures) 등 뉴질랜드 고유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네 편이 선보인다.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피터 잭슨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두 소녀 폴린과 줄리엣이 살인에 이르는 과정을 그들만의 공상 속 판타지 세계로 그려낸다.

'필사적인 요법(Desperate Remedies)'은 뉴질랜드 스타 클리프 커티스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오페라적 멜로 드라마. 영화는 19세기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화려한 스타일과 연극적 웅장함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목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보여주는 '뉴질랜드 이불 도난사건(The Price of Milk·감독 해리 싱클레어)'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문화와 민속적 요소를 적절히 버무린 것이 특징.

'완전한 타인들(Perfect Strangers·감독 게일린 프레스튼)'은 뉴질랜드 남섬의 아름다운 서부해안이 배경이다. 독신여성 멜라니는 어느 날 바에 갔다가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하고 따라가지만 다음날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폭력과 현실, 죽음이 뒤죽박죽 되는 환상 세계가 펼쳐진다.

'뉴질랜드 호러영화의 전통' 부문에서는 뉴질랜드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B급 호러영화의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 '배드 테이스트(Bad Taste·감독 피터 잭슨)'는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저예산의 B급 코믹 호러영화.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햄버거 고기로 쓰기 위해 뉴질랜드의 작은 해변 마을에 침입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질린 비명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한다. 폐허가 된 마을에 좀비처럼 변한 인간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외계인 수색방위대 요원들이 사투를 벌인다.

부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었던 '악마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진실(The Irrefutable Truth About Demons·감독 글랜 스탠드링)'은 악마의 존재를 부정하던 과학자 해리가 어느 날 자신의 여자친구가 잔인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앞서 소개된 작품들은 스타감독 피터 잭슨을 비롯한 해리 싱클레어, 글랜 스탠드링 등 뉴질랜드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이다.반면 이러한 '주류'와 달리 뉴질랜드 마오리족들 역시 자신만의 언어와 영상으로 영화를 만들며 뉴질랜드 영화의 한 축을 형성했다.

마오리 작가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장편영화 '나티(NGATI·감독 베리 바클레이)'나 뉴질랜드 박스 오피스를 갱신하고 수많은 상을 받았던 작품 '전사의 후예(Once Were Warriors·감독 리타마호리)' 등은 뉴질랜드 내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뉴질랜드 영화 흐름을 내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도 눈길을 끈다. '샘 닐의 뉴질랜드 영화사 100년(감독 샘 닐·주디 라이머)'는 좁은 시장과 짧은 역사 등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뉴질랜드 영화사를 통찰하고 있다.

젊은 감독전에는 '아버지의 밀실(감독 브래드 매건)', '스틱맨(감독 해미쉬 로스웰)'이 상영되며 단편영화로는 '그라스', '키티', '플랫폼', '한밤의 두 차', '피즈', '프렌치 도어', '죽은 척하기', '이팅 소시지', '클로저' 등이 상영된다. 영화제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홈페이지(www.nzff.co.kr)를 참조하면 된다. 동성아트홀 053)425-2845 .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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