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시간 여행 "추억도 흐른다"
KTX 개통으로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거리상으로 부담스러운 게 서울이다. 더군다나 여행만의 목적으로, 그것도 당일로 다녀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렵다면 서울 출장길에, 친척 방문길에 시간을 내 청계천나들이를 떠나보자.
청계천은 이미 서울 미혼남녀들의 도심 속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서 이들이 꼽은 최고의 데이트 장소는 청계천. 이유는 식상한 다른 코스보다 낫고 산책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22개의 독특한 다리와 각각 다른 테마로 조성된 청계천변은 볼 것도, 즐길 것도 많다. 하지만 복원구간이 5.8㎞에 이르고 구석구석 제대로 보자면 종일 걸릴 수도 있다. 막연히 청계천 구경가자며 무턱대고 가족들과 나섰다가는 낭패보기 좋다. 알고 떠나면 그만큼 즐거움도 커진다. 청계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를 뽑아 소개한다.
'헌 책방에 들러 먼지 가득한 오래된 시집에 꽂혀 있는 단풍잎을 찾아낸다. 동대문시장에 들러 가을에 어울리는 옷을 산다. 털보네호떡을 먹으며 외국인들과 뒤섞여 인사동거리를 걷는다. 옛 궁궐에서 달아나는 가을을 느낀다. 풍물벼룩시장에 들러 색다른 눈요기를 즐긴다.'
청계천 주변에 다 있다. 이 정도라면 하루 짬을 내 일부러라도 서울행을 결심해볼 만하지 않을까. 편의상 두 곳으로 나눴다. 청계천도보관광 2개 코스의 출발지점인 청계광장 부근의 인사동거리와 오간수교 근처의 동대문패션타운이다.
◇인사동거리
한국 전통의 향기가 흐르는 문화의 거리라는 인사동. 화랑뿐만 아니라 고미술상, 고서점, 표구점, 도자기점, 전통음식점과 찻집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그 때문일까.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말 한마디를 들으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한마디는 듣게 되는 곳이다. 이들이 이곳을 찾는 건 분명 가장 한국적인 물건을 사거나 보기 위해서일 게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정작 볼거리는 많아도 살 게 없다. 인사동이 한국의 은은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란 말에도 뭔가 부족한 2%가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중국산 공산품이 넘쳐나고 골목마다 음식점들이다. 문화거리라는 인상보다는 값싼 공예품을 사러 오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의 놀이공간 같은 느낌.
그나마 색다른 볼거리가 최근 등장했다. 작년 말에 생긴 '쌈지길'이다. 잡화 브랜드로 알려진 (주)쌈지에서 만든 문화예술공간. 이름처럼 길은 아니고 4층짜리 건물이다. 계단 대신 나선형으로 건물들을 돌아가며 올라가는 특이한 구조다. 그 길을 따라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인사동 골목길 같다. 천연염색가게, 한지가게, 장신구공예점, 야생화전문점 등 70여 점포가 들어서 있다. 길을 따라가다 'ㅁ'자 모양의 마당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괜찮다.
인사동 관광안내소 02)734-0222, 쌈지길 02)736-0088(www.ssamziegil.co.kr).
▶여행팁=인사동의 고샅길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전통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좁고 구부러진 골목길 깊숙한 곳에 꽃담과 물확(돌덩이를 움푹 파서 물을 담도록 한 그릇), 솟을대문 등이 숨어 있다. 골목 곳곳엔 장승이 서있기도 하다.
▶교통=지하철 1호선 종각역, 3호선 안국역, 5호선 종로 3가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동대문패션타운 부근
다양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단연 동대문 쪽으로 갈 일이다. 지하철 종로 5가역에서 동대문역에 이르는 이곳은 패션의 거리. 두타, 밀리오레 등 대형쇼핑몰과 패션타운이 즐비해 밤이면 더 활기가 넘친다. 각양각색의 의류와 장신구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장점. 동대문운동장과 야구장 앞에 들어서 있는 노점상도 새벽까지 영업을 해 볼거리를 준다.
대부분 황학동에서 자리를 옮겨온 상인들이 운영하는 동대문풍물벼룩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 운동장 안으로 들어서면 빼곡할 정도로 갖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망원경에 골동품, 갖가지 오래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색깔 있는 비디오테이프까지 버젓이 진열해두고 있다. 이런 것도 팔 수 있는 물건이구나 싶은 것들도 상당수다. 운이 좋으면 싼값에 괜찮은 물건을 건질 수 있다.
동대문 주변에는 워낙 음식점이 다양해 먹고 싶은 것을 먼저 정한 후 찾아가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 옆 포장마차촌은 돼지곱창볶음으로 유명하다. 매콤달콤한 곱창 한 접시에 5천 원 정도. 남쪽으로 10분 정도 청계천을 따라가면 신당동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며 마복림 할머니집이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팁=동대문운동장 쪽은 혼잡하다. 노점상이나 포장마차촌 사이로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걷기조차 힘들다. 소지품을 잘 챙기고 시간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촉박하다면 패션몰이나 풍물벼룩시장 등 한 곳만 정해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교통=지하철 2·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이나 1·2호선 동대문역을 이용하면 된다.
◇ 방법은 달라도 즐거움은 하나
▶지하철로 간다.
대구에서 출발해 청계천을 즐기기에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은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다. 청계천의 시작점인 청계광장으로 가려면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4번출구, 혹은 종각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이 청계천이다. 동대문쇼핑센터까지 바로 가려면 서울역에서 역시 1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을 이용하거나, 4호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역 1번 출구로 나서면 바로 청계천과 연결된다. 혹 서울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하철을 탄다면 2호선은 을지로 3가역 1·2번 출구, 3호선은 종로 3가역 13·14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6호선 동묘앞 역 1·6번 출구를 이용하면 된다.
▶순환버스를 탄다.
청계천을 따라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순환버스(Yellow Bus)가 있다. 노선번호는 '01번'. 복원구간 하류인 고산자교 인근 청계천문화관~청계8가~청계2가~종로2가~종각역~동아일보사 앞~광교~청계2가~청계8가~청계천문화관 등 정류소를 순환한다. 요금은 500원. 총 5대의 버스가 투입되어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20~2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도보관광 안내받기
문화유산해설사가 동행하며 소개해주는 코스. 2~3시간가량 소요된다. 10월부터 각 코스마다 오전 9시, 오후 2시, 3시 등 세번 진행되며, 사전에 예약을 해야 참가가 가능하다. 1코스는 청계천 광장~오간수교 간 2.7km로 3시간가량 걸린다. 2코스는 고산자교~오간수교 간 2.6km로 역시 3시간가량 소요된다. 문의 서울시청 관광과(02-3707-9454),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02-2290-6849).
박운석기자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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