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증 앓는 한살배기 이수진양

입력 2005-10-19 09:53:41

"머리 통증 아기 보면 가슴이 찢어져요"

막내 수진(1·여)이를 낳았을 때엔 예뻐게 자랄 줄로만 알았다. 그 조그만 몸에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니....

올 초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다가 수진이의 머리 숨구멍이 막힌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의사는 더 큰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가 보라고 했다. 지난 3월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한 뒤 '단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러 차례 의사의 설명을 들었지만 도대체 어떤 병인지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머리뼈는 여러 개의 뼛조각들이 봉합돼 있는데 뼛조각 사이 부분인 봉합선 중 머리 앞뒤를 나누는 봉합선이 일찍 붙어버리면 두개골이 앞뒤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단두증이라 한단다. 두통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 손상, 실명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얘기에 말문이 막혔다.

흔치 않은 병이라는 생각에 엄마로서 수진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처음 수진이를 가진 사실을 알았을 때 낳을지 망설였던 탓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마저 든다. 남편이 마흔아홉, 내 나이가 마흔다섯인데다 경제적 형편도 넉넉지 않아 수진이를 낳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한 생명을 지워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이 맏이여서 대를 이을 아들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미 딸 둘을 둔 처지에 또 딸이어서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옹알이를 하는 수진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었다. 남편과 큰 딸(14)도 늦둥이인 수진이를 끔찍하게 아꼈다. 철없는 둘째 딸(5)만 동생과 장난감을 서로 갖겠다고 아웅다웅했다.

수진이는 앞으로 막혀버린 뒷머리 봉합선을 자르는 등 모두 세 번의 수술을 받아야 한단다. (사)한국심장재단에서 300여만 원을 후원해 준다지만 남은 수술비 700여만 원은 고스란히 우리 부부가 감당해야한다. 월셋방에 사는 처지에 남편마저 두달 전 직장을 잃어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다. 경주에서 대구의 병원까지 통원치료를 받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어느 부모가 쉽게 자식을 포기할까. 수술비를 마련해 수술하고 싶지만 아이가 날마다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도 없다.

그나마 큰 딸이 우리 부부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수진이를 업고 병원에 가면 둘째를 챙겨먹여 유치원까지 보낸다. 동생을 챙기느라 지각, 결석하기 일쑤지만 엄마에게는 걱정하지 말란다. 사춘기에다 집안 형편이 엉망이어서 엇나갈 법도 하건만 밝고 착하게 자라준 큰 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취재진이 수진이를 찾은 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수진이는 어머니 김영희(46)씨의 품에 안겨 젖병을 빨고 있었다. 가냘픈 몸에 젖병을 빨기도 힘에 부쳐 보이지만 김씨는 부지런히 챙겨 먹이려고 애를 썼다. 어린 몸이 큰 수술을 버텨내기 쉽지 않을 거란 주위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더 먹고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근엔 소화를 잘 시키지도 못하고 구토를 하는 횟수도 부쩍 늘어났지만 김씨가 지금 수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젖병을 물리는 것뿐이다.

"요즘 수진이는 자다가도 갑자기 자지러지면서 울곤 해요. '아이가 아프다고 하지 않느냐'고 주위에서 무심코 물을 때 '말도 못하는 아기가 얼마나 아프면 머리를 두드리며 울어댈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대신 아파주지 못하는 제 자신이 미울뿐 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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