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직접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이자 수장인 김동호 집행위원장(68)은 최근 본지와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은퇴 후 영화학교에서 정식수업을 받고 단편 영화라도 꼭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칠순이 가까운 고령에도 전세계 영화제 현장을 직접 발로 누비며 변치 않는 열정을 과시하는 김 위원장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를 들어봤다.
★힘들었던 지난날들
부산국제영화제의 오늘날이 있기까지 힘든 일이 오죽 많았을까. 김 위원장은 가장 힘들었던 일로 첫 회 때 협찬업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일을 들었다.
"지금도 스폰서 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그 때는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셈이었어요." 1회 영화제 당시 약 15억원 규모의 협찬금액을 마련해야 됐는데, 영화제의 인지도가 없다 보니 그야말로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또 초창기 부산 문화예술계의 일부 인사들이 '왜 부산에서 하는 행사를 서울사람들이 내려와서 하느냐'며 반발을 해 힘든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영화제가 4, 5회로 접어들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힘을 합치게 됐단다.
★보람찼던 순간들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면 역시 영화제의 위상이 올라감을 느꼈을 때. 초창기에는 상영작 필름도 제대로 못 구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제7회 영화제 때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소위 세계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부임 후 첫 나들이로 부산영화제 현장을 찾았을 때 김 위원장은 '아, 이제 우리 영화제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단다.
그리고 그 해 12월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9대 영화제의 정상 회담에는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권에서는 유일하게 김 위원장만 초청되기에 이르렀다.
★풍성했던 열돌 잔치
김 위원장은 이번 10회 영화제를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일단 초청작 수(73개국 307편)나 관객수(19만2000여명) 등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였고, 오픈토크, 오픈 콘서트, 5000여명이 참여한 폐막 맥주 파티 등 그 어느 때보다도 관객들을 위한 행사가 많이 치러져서다.
또 아시아영화학교(AFA)의 설립, 부산필름마켓(BFM)의 창설 발표, 오랜 숙원사업이던 전용영상센터(두레라움)의 건립기념식 등 앞으로의 재도약을 다짐할 수 있는 뜻깊은 사업이 많이 펼쳐진 점도 열돌 잔치가 더욱 풍성했다고 자평하는 이유다.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다시 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은 많이 남는단다. 특히 김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도 자주 발생했던 영사사고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고. 김 위원장은 "상영작과 스크린 수가 대폭 늘어난 데다 토론토 영화제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다 보니 일부 필름은 공수해 오는 데 급급해 기본적인 사전 검사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남포동과 해운대 분산 개최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은 어렵겠지만, 전용영상센터가 완공되는 2009년까지의 보완책을 재차 강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일정표는 당장 18일부터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필리핀, 일본, 그리스, 인도…. 김 위원장의 식지 않는 열정에서 '오늘날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냥 이뤄진 게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 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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