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오징어 잡이 '최악의 불황'

입력 2005-10-17 11:09:49

오징어 성어기(9~12월)를 맞았는데도 경북 동해안에 오징어떼가 격감, 어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어민들은 '오징어 조업 사상 최악의 불황'이라며 한숨이다.

이는 북한 수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남하하는 오징어떼의 길목을 차단,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면세유마저 사상 처음 200ℓ 드럼 기준으로 10만 원대를 넘어서면서 어민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쏟아지는 어민 한숨

16일 동해안 구룡포항. 오징어잡이철 풍어가로 가득해야 할 항구에는 조업을 포기한 채 닻을 내린 어선들로 넘쳐났다. 구룡포근해채낚기협회에 모여 앉은 오징어잡이 선주들은 제각기 "20년 만의 불황"이라며 풀이 죽어 있었다.

32t짜리 오징어 채낚기선 선주 이종석(49) 씨는 "지난해는 한번 출어로 600여 상자를 잡았으나 올해는 20%에도 못 미쳐 경비도 못 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도산할 형편"이라고 걱정했다.

오징어 흉어는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조업 때문. 어민들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지난해부터 북한 수역에 들어가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오징어 씨가 말랐다는 것.

구룡포선주협회 연규식(46) 회장은 "중국이 북한과 지난해부터 2008년까지 5년간 북한 수역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고 마구잡이 조업을 해 오징어가 남아나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지난해엔 중국어선 100여 척만이 조업, 그나마 견딜 만했지만 올해는 930여 척이 무더기로 오징어잡이에 나서 오징어 흉어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매가는 올라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올해는 10월 7일 현재 오징어 어획량이 7천7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천여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격은 올랐다. 오징어 물량이 줄면서 지난해 1상자당 1만4천 원씩 하던 것이 최근에는 1만8천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은 가격이 올라도 어획량이 워낙 적어 손해를 보고 있다.

오징어채낚기 어민 조동수(50) 씨는 "지난해만 해도 오징어 돈벌이로 재미가 쏠쏠했는데 올해는 출어경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획량이 감소했다"며 "중국과 북한의 조업계약이 끝나는 5년 후에는 동해안에 오징어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고 우려했다.

◇면세유가 상승으로 이중고

어업용 면세유값까지 치솟으면서 어민들은 이중고 그 자체다. 어업용 면세유값은 최근 200ℓ 드럼당 10만3천380원으로 사상 처음 10만 원대를 넘었다. 2년 사이에 두 배 정도 인상된 것.

2003년 10월 5만9천 원 선이던 면세유는 지난해 8만6천 원대로 올랐고 올 들어 10일 현재 1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오징어채낚기 어선의 경우 1회 출어 경비는 100만 원선이고 한차례 조업에 나서면 8드럼 정도 소요돼 기름값만 80만 원을 넘어서게 된다. 유류비가 출어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해 어민들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0상자 이상 오징어를 잡지 못하면 출어 자체가 적자를 낳는다.

어민들은 "오징어도 안 잡히는데다 면세유마저 급등해 출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면 생업 포기는 불가피하다"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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