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안내도우미 김선희씨

입력 2005-10-17 11:29:13

도우미 경력 8년차 인간관계 득도했죠

미소가 아름답다.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안내도우미 김선희(28) 씨.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문을 열 때부터 벌써 2년8개월째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도우미다. 영남대 경제학과(98학번)를 졸업한 뒤 1년 가량 케이블TV 리포터, 중소기업 경리직으로 일한 그는 '도우미'가 천직처럼 여겨진다며 롯데백화점 오프닝 멤버로 백화점 안내데스크를 맡기 시작했다.

"도우미를 직업으로 갖게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씨의 도우미 경력은 이미 8년째. 대학 1학년 때부터 각종 행사 도우미로 활약한 그는 지난 '2002 월드컵' 4위에 오른 한국팀 시상식에서 정몽준 한국축구협회장 바로 곁에 서서 시상 도우미를 했던 화려한 경력도 갖고 있다. 잠시 외도(?)를 접고 안내도우미가 된 것도 다 이런 인연인 듯 싶다.

깔끔한 유니폼에 고운 화장, 그리고 항상 미소를 잃지않는 모습에서 화려함을 엿볼 수 있지만 사실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거친' 일이다. 오전 9시30분쯤 출근한 뒤 오후 8시30분 넘어 퇴근. 하루에 평균 4~5시간 가량 서서 버텨야 한다. 세상에 그 많은 직업 중에 사람 상대하는 것 만큼 피곤한 일이 있을까? 아무리 별스런 고객이 와도 미소로 응대한다.

"저도 사람인데 왜 짜증스럽지 않겠어요? 다른 고객과 대화중인 걸 보면서도 바쁘다며 테이블을 탁탁 치거나 옷소매를 끄는 손님, 한 입 가득 음식물을 씹으며 온갖 파편(?)을 쏟아내는 손님, 나이가 어려보인다며 무조건 반말부터 하는 손님. 하지만 절대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죠." 입사 초기만 해도 이런 손님들을 한 번 만나면 하루 종일 속이 상했지만 지금은 어느 새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생긋 미소를 짓는다.

롯데백화점 안내도우미 9명 중 맏언니인 그는 동생들을 다독거릴 만큼 여유가 생겼다. 시간에 따라 안내데스크와 유모차 대여소 근무를 교대로 한다. 유모차 대여소에서 한 시간 정도 근무하면 다리가 뻐근하다.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안내데스크보다 차라리 낫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한 시간 근무하면 한 시간 쉽니다.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수다 떠는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죠. 지난해 몸이 아파 그만두려고 할 때 동료들이 붙잡아 결국 남기로 했죠. 안내도우미 9명 중 7명이 개점 멤버일만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답니다."

하이힐을 신고 꼿꼿이 서 있어야 하는 안내도우미. 가벼운 관절염 증세까지 갖고 있을만큼 힘든 일이지만 김씨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억지 웃음이 아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미소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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