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여 두려워 말라

입력 2005-10-17 11:52:24

대한민국 검사(檢事)들이여, 지금 청와대가 검찰 개혁이란 이름 아래 그대들을 향해 드디어 칼집에 손을 얹었다.언제 어느 방향으로 칼날이 날아올지 모르는 음습한 냉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려워 마시라. 흔들리지도 말라. 오늘 여러분의 대장은 법무장관의 지휘권을 수용해 주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스스로 떠나갔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를 지혜로운 부하라면 이심전심 알아차려야 한다.

검찰 독립을 지켜내고 민주국가의 안보와 질서, 자유체제의 정체성 보위를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나아가자는 무언의 준법시위였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더 깊은 예지로 살펴야 할 것은 자진 사퇴를 통해 무언의 저항을 남긴 대장의 유지(遺志) 계승만이 전부가 아니란 점이다.

여러분은 왜 수많은 정치적 수사 사안이 간간이 정치적 시비를 일으켜 왔음에도 유난히 국가보안법과 연계되는 친북 인사의 사안에서 헌정사상 최초로 법무장관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 독립 논란에만 파묻히지 말고 여러분의 조직(검찰)이 누군가에 의해 짜놓은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

검찰총장 사퇴 후 돌아가는 강정구 사안의 앞뒤를 살펴보자. 그들이 정당한 법 행사라 주장하는 장관의 지휘권은 수용됐다. 껄끄러운 검사 대장도 제거됐다.

정권과 친북 세력들이 그토록 감싸고 구명하려 안달하던 강씨도 구속을 면했다.

세 가지 다 소원대로 됐으니 대장 잃은 검사들만 꾹 눌러 참으면 조용히 덮고 넘어가도 될 사안이다. 그런데 도랑 치고 가재까지 잡은 그들이 반발을 기다렸다는 듯 검찰의 권력화를 부각시키며 개혁을 들고 나섰다. 청와대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미 옷 벗고 나간 사람 등에 대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하고 있다. 창피해서도 쉬쉬 끝낼 일을 자기네가 더 떠들고 나서 새로운 갈등을 만든다.

그리고 방송들은 기다렸다는 듯 "검찰 개혁 역풍 우려에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는 칼바람 분위기를 미리 점치며 앞장서 가고 있다.

지휘권 발동의 종착역이 장관 동반 사퇴 대신 검찰 개혁에 닿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력의 표적은 검찰 여러분뿐만이 아니다.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남한 자유 체제를 튼튼히 지켜야 할 아킬레스건은 성장형 기업 경제, 민주 교육 체제, 언론, 검찰과 사법부 그리고 군(軍)이다.

북한 체제의 통일 전략은 아직 변함없이 적화통일이다. 그들(북한)이 남한의 내부 무력화와 자체 붕괴 전략을 짠다면 위의 5개 강점을 공격하고 와해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들(이하 북한)에게는 삼성 때리기 같은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수록 좋고 소수 과격 부패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남한의 기업이 골병드는 사태가 잦을수록 좋다. 그들에게는 보수적 논조를 펴는 언론이 공격받고 알바네티즌들에게 매질당해 시달리는 것이 친북세력 확장에 유리하다.

그들은 남한 군대가 이리저리 구박받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반길 것이다. 그들에겐 사학의 부분적 비리를 빌미로 육영사업으로 일으킨 사학을 그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장악한 뒤 펴놓고 이념 교육 의식화 교육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들에겐 대법원을 확 바꿔버림으로써 한총련 같은 조직을 이적단체로 규정 못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에겐 국가보안법 유지를 주장하는 검찰이 무력화되고 '나아감도 물러감도 함께' 정신으로 뭉쳐 있는 검찰의 조직을 와해시켜 정치장관 입맛대로 간첩도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는 게 더 구미 당길 것이다. 그게 북한의 노선이고 이미 한두 곳 아킬레스건은 끊기기 직전까지 와 있다.

검사 여러분들이 두려워 말고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검사들이여, 권력의 시녀도 권력의 이단아도 되지 말고 당당하라. 여러분이 무너지면 법이 무너지고 좋은 법이 제대로 작동 안 되면 나라가 무너진다.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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