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스님 '무소유의 삶' 실천

입력 2005-10-14 09:42:39

불자 성의 모아 사 둔 아파트 팔아

"3천5백만원 농촌 학생들에게…"

지난 12일 오전 11시 경도대학 사회복지계열 학과 사무실. 노스님 한 분이 찾아와 잠깐 서성거리다 농촌학교 학생들을 학업을 돕겠다며 불쑥 3천5백만 원을 내놓았다. 노스님이 전한 사연은 이랬다.

스님의 법명은 경오(74.속명 한신순). 6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세상을 떠돌며 헐벗고 굶주리는 모진 고생을 하다 40년 전 불가에 귀의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전국 산중 가람을 찾아 수행에 전념하며 속세의 불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 스님에게 불자들은 감사를 표시했다.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돈을 받아두었지만 쓸 데가 없었던 스님은 뜻있는 일에 보탤 요량으로 십 수 년 전 대구에 서민 아파트를 한 채 사 두었다. 그러다 최근 여생을 해인사 자비원에서 정리할 마음을 먹었다. 속세에 단 하나 남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또 처음의 다짐을 실천하기 아파트를 팔았다.

8천만 원이었다. 그동안 신세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성의를 표시하고 남은 돈 3천5백만 원을 들고 경도대학에 찾아간 것. 경도대학을 찾은 이유는 단지 6, 7년 전 TV에서 본 학생들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경도대 학생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미리 기부하려고 생각해 두었다고 했다.

스님은 1시간에 걸친 교직원들의 간청끝에 이런 사연을 들려주고는 연락처도 알리지 않고 돈을 전한 뒤 떠났다.

경도대학 김말술(44) 기획홍보팀장은 "참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분이었다"며 "기부금은 형편이 어려운 농촌학생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천·정경구기자 jkg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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