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잔해 속 5세 소녀 지진 나흘만에 구출

입력 2005-10-13 14:19:45

"물 좀 주세요." 지난 8일 발생한 파키스탄 강진으로 매몰된 한 건물에서 거의 100시간 만에 구출된 다섯 살 난 소녀의 첫 한 마디는 물 좀 먹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탐지견과 강력한 청음장치 및 일산화탄소 검출기 등으로 무장한 러시아 구조대원들은 12일 무너진 건물의 계단통 아래에 갇혀 있던 소녀 자라베 샤(5)를 극적으로 구출해 냈다.

자라베는 물 좀 먹게 해 달라고 하면서 그러나 배는 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이웃들은 자라베의 아버지와 두 오빠의 시신을 같은 건물의 잔해 속에서 발견했었다. 자라베의 어머니는 그녀가 죽은 줄로 알고 피해가 극심한 무자파라바드를 떠나 피해가 덜 심한 이슬라마바드 북쪽의 아보타바드로 떠났다.

구출 당시 자라베의 머리는 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자라베는 지진이 났을 때 계단에서 떨어져 계단통으로 빠지면서 살아남게 되었다. 계단통은 잔해 더미가 자라베의 머리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었던 것이다.

터키에서 파견된 구조대원들도 지진이 일어난 지 105시간 만에 세 자녀의 어머니인 라시드 파루크(45) 씨를 그녀의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구출해 냈다. 파루크 씨가 구출되는 순간 5시간 동안 주위에 서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100여 명의 주민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파루크 씨가 구출된 장소는 자라베가 구조된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남편인 마흐무드 파루크 마르찰(48) 씨는 "내 평생 반려자를 다시 보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하면서 연신 터키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전날에는 아파트 건물 잔해에 62시간 동안 매몰돼 있던 여성과 어린이 등 2명이 무사히 구조됐었다. 북부 인도 국경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인 무자파라바드는 지진의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피해가 극심, '죽음의 도시'로 변한 상태였다.

무자파라바드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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