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둥근등과 자라목

입력 2005-10-13 14:45:19

3년 전 '집으로'란 가족영화가 영화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 적이 있다.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하며 열연한 이 영화의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 우리가 자라며 보아온 시골 할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김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영화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허리를 고쳐주겠다며 나서는 병원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가 허리와 등이 굽는 것. 건강한 허리는 옆에서 봤을 때 S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C자 모양으로 바뀐다. 이제 김 할머니처럼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꼬부랑 할머니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허리나 등이 굽은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등이 굽으면 목이 정상위치에서 앞으로 빠져나와 자라목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등이 굽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대체로 허리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곡선을 유지하고 있던 허리에 사소한 요통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점차 그 곡선이 사라지고 '1'자로 바뀌었다가 'C'자 모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컴퓨터 사용이나 가사노동도 등을 굽게 하는 요인이다. 아기를 안거나 수유를 할 때도 목은 앞으로 숙이고 등과 어깨는 구부정하게 된다. 그러면 목 뒤쪽 근육은 긴장하게 되고 등 근육은 늘어나며 앞쪽 가슴 쪽은 수축하게 된다.

양치질, 세수, 머리감기는 물론이고 음식조리, 설거지,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할 때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특히 이런 일들은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도 많이 취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머리가 앞쪽으로 빠져 나오고 등은 뒤쪽으로 빠져나가 굽게 돼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앞쪽으로 빠진 머리를 잡기 위해 목주변 근육은 항상 긴장이 돼 어깨와 목에 근육통이 생기며 등쪽의 근육은 늘어나 당긴다는 느낌이 생기게 된다. 허리 곡선이 사라지면 요통과 목과 어깨 주변에 통증이 잘 생길 뿐 아니라 엉덩이가 축 처져 몸매도 망가지기 시작한다.

굽은 등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바른 자세를 습관화하고 늘어나기 쉬운 등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가사일 중간중간에 가슴을 펴고 어깨 양쪽 견갑골을 모아주는 동작을 반복한다. 또 짧아지기 쉬운 앞가슴을 스트레칭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복부근육을 구성하고 있는 복직근을 짧게 만드는 윗몸일으키기, 앞가슴을 강화하는 벤치프레스와 같은 운동은 피해야 한다.

허리와 등에 통증을 동반하면서 둥근등 자라목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골반과 척추 안정화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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