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기다렸다" 침체상권 활성화 부푼 꿈
"2년이나 참아 왔는데… 이젠 손님들이 오겠죠."
18일로 다가온 지하철 2호선 개통을 바라보는 역세권 주변 상인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어지면서 앞당겨 역세권 상가를 분양받았거나 입주한 상인들은 '불황의 고통'을 겪어온 탓이다. 이들에게 있어 '지하철 2호선 개통'은 희망의 메시지다.
8·3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를 맞고 있지만 역세권 주변 상가나 아파트는 '축제의 막'을 기다리는 관객처럼 술렁이고 있다.
2호선의 출발점인 수성구 사월동과 달성군 죽곡 지역은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2호선의 기존 도심 통과 지역 역세권은 어느 정도 개발이 끝난 상황. 이제 지하철을 타고 올 시민들만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대구 시민의 고질적인 대중교통 기피증을 들어 '지하철 이용률'에 대한 비관론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2호선 개통'이 대구 상권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세권 상가
2호선 역세권의 중심축은 중구 반월당.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지하 상가에는 530개 상가가 밀집해 있다. 대구역 앞 대우빌딩에서 반월당까지 대구의 대표적 동성로 상권에 포함된 상가가 4천300개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
그러나 반월당 역세권은 아직은 미완의 개발지다. 2호선 개통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403개인 메트로센터 상가 중 10월 현재 입점을 마친 곳은 불과 40%.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오전 시간대에 들어가보면 썰렁한 기분이 들 정도다.
메트로센터와 연결된 봉산동 지하 메트로프라자의 경우는 상가 130여 개 중 분양된 곳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류동의 두류 1번가 지하상가도 분양률은 75%에 달하지만 입점을 마친 상가는 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개통과 함께 분위기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메트로센터 분양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 김진해 분양단장은 "연말이 되기 전에 입점률이 80%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아직 대구가 지하 상권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서울이나 부산의 예를 볼 때 지하철 상권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며 "2호선이 개통되고 승객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반월당 상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가 예상한 반월당 유동인구는 지하철 이용자를 포함 하루 평균 20만 명. 산술적으로 보면 기대 인구의 절반 정도만 이곳을 찾아도 상가는 인파로 붐비게 된다.
지하상가에 위치한 반월당 부동산의 최대식 사장은 "올 초만 해도 분위기가 식었지만 9월을 넘어서면서 상가 분위기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며 "현재도 상가 임대를 한 점포주는 연 평균 1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역세권 상가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하철 2호선 역사 주변에 위치한 상가들의 경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가격이 오른 상태지만 개통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시지 화진공인중개사무소 신지연 소장은 "경기가 없다 보니 역세권 주변 상가중에 빈 가게도 있지만 점포주들이 개통을 기다리며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아파트나 상가 모두 예전에는 학교 주변이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역세권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역세권 아파트
"역사 출입구와의 위치에 따라 1천만 원 정도는 호가 차이가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이들은 역세권 주변 아파트 주민들. 지하철 이용에 대한 기대에다 아파트 가격 상승 심리까지 더해진 때문이다.
'2호선 효과'는 상가보다는 아파트에서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집중된 아파트 분양 물량의 70% 정도가 2호선 역세권을 끼고 있다. 올 하반기와 내년초 분양 물량도 대부분 2호선 역사를 끼고 있다.
부동산114 이진우 지사장은 "분양 시장에서 2호선은 확실한 호재"라며 "2호선을 끼고 이미 입주를 마친 아파트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최고 1억 원대의 프리미엄까지 형성된 만큼 개통에 대한 기대 심리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실제 용산역사 앞에 위치한 장기동 네오빌의 경우 34평형대의 호가가 2억7천만 원에 이르며 롯데캐슬은 호가가 수성구 아파트 분양 가격을 상회하는 2억8천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신규 아파트란 점도 있지만 역사 바로 앞에 위치한 것이 가격 상승의 큰 원인이란 것이 부동산 업계의 평이다.
인근 대우부동산 정창국 소장은 "지하철 역사와의 거리에 따라 가격대가 1천만 원 정도 차이가 있다"며 "매수자나 전세 세입자 모두 우선적으로 역사 인근 아파트부터 찾고 있다"고 했다. 또 2호선은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노선이 시작되는 수성구 사월동의 경우 2천여 세대가 분양을 마쳤으며 올해 말까지 2천여 세대가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도 프리미엄이 4~5천만 원 올랐으며 하반기 분양 예정 아파트 분양가도 2억5천만 원을 넘어설 예정.
달성군 죽곡지구는 2호선의 최대 수혜 지구. 이미 택지지구 조성이 완료됐으며 공·민영을 합쳐 4천300여 세대가 입주할 계획이다. 도시개발공사 박덕수 분양담당은 "지하철 2호선이 연결되지 않았다면 죽곡지구 개발은 한참 뒤에 진행됐을 것"이라며 "이 지역 민영아파트 분양가가 2억 원을 넘을 정도로 2호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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