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정보' 청와대 보고 여부 수사

입력 2005-10-10 09:31:26

외부 실세 전달 의혹도 조사…김은성-임동원-신건씨 사건 축소의혹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9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의 휴대전화를 도청해 얻은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에 보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주는 김은성(구속) 전 국정원 차장을 상대로 불법 감청의실태를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은성 전 차장의 상급자에 대한 소환 일정은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은성씨가 재임기간(2000.4∼2001.11)에 감청장비인 'R-2' 등으로 휴대전화를 감청한 대상과 도청정보 보고라인 등을 파악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김씨의 상급자였던 임동원·신건씨 등 전직 국정원장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그간 조사를 통해 임동원·신건씨가 불법 감청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단서를 포착했으며 김씨도 관련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수사망이 국정원 수뇌부를 겨냥하자 김씨가 전직 국정원장들과 2∼3차례 회동하고 5∼6차례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서로 간에 진술할 내용의 '수위'를 조절하는 등 입을 맞춘것은 아닌가 하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실제로 검찰은 6일 김은성씨를 전격 체포한 이유에 대해 "김씨가 증거인멸을 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부득이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은성씨가 신건씨를 만나는 자리에 신씨측 변호인이 동석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은성씨는 8일 자신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전직 원장들이기도 해서 '의견을 같이하자'고 제의한 적이 있지만 증거인멸 등 다른 의도는 없었다.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사과하자는 데 그들(임동원·신건씨)도 동의했다"고 주장한 바있다.

검찰은 임동원씨와 신건씨가 출석하면 불법 감청 연루 혐의와 함께 정치인 등의전화통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캐물을 계획이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정보를 가공해 '기획보고' 형식으로 정치·경제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치인 관련 정보보고가 전화감청을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내용들이었던 점에 비춰 청와대측이 국정원의 불법감청 행위를 어느 정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이종찬·천용택씨 등 김대중 정부 초기에 국정원장을 지낸 인사들도조만간 소환해 'R-2'와 '카스' 등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이들 장비를 불법으로 운영하는 데 관여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현재 김은성씨가 2000년 12월 국정원내 8국을 통해 불법 감청한 민주당소장파 정치인들의 통화 내용을 당시 민주당 실세 중 한 명이었던 권노갑씨에게 전달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김은성씨가 같은해 7월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간의 관계 등을 권씨에게 정보보고한 전력으로 미뤄 도청자료를 권씨에게 전달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노조파업 등과 관련해서도 노조지도부 등의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하는 등 노사 문제까지 적극 관여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김은성씨는 "국가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중요한 때"에는 노조 등을대상으로 도청을 했다고 자신의 영장심사에서 시인하기도 했다. 김씨 영장에도 국정원 인천지부가 이동식 감청장비인 '카스'를 승용차에 탑재해대공용의자로 수사를 받던 김모씨의 휴대전화를 4∼5차례 감청하는 등 2000년 10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다수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카스'로 불법 감청했다고 적시돼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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