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정착 100주년 기념 축제

입력 2005-10-10 09:37:28

1천원짜리 자장면 먹고…용춤도 구경하고…

"100년을 함께 한 이웃이자 친구입니다."

9일 오후 중구 종로2가 화교거리와 약전골목 인근은 대구가 아닌 중국의 한 거리를 방불케했다. 붉은 중국 전통 등의 불빛 아래 구수한 중국 음식 냄새,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 생소한 중국말이 흘러넘쳐 이 곳을 찾은 시민들은 이국적인 중국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다.

대구화교협회(회장 소상원)가 8일부터 화교거리에서 열고 있는 '대구 화교정착 100주년 기념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시민들의 중국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전통의상, 장신구, 전통차 시음 등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인근 중국음식점들이 차린 중국음식 판매대였다.

특히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지 올해로 100년이 된 자장면이 인기를 독차지했다. 김성덕(37.남구 대명동)씨는 아들 진철(8)군과 함께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짜장면'이 최고의 외식거리였는데 아들 녀석은 피자만 찾아요. 하지만 오늘은 맛있다고 더 시켜달라고 하네요." 그는 1천 원짜리 자장면을 구경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아들의 입가에 묻는 자장을 닦아줬다.

박석기(53)·이명숙(50)씨 부부는 화교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을 보고 호기심에 이 곳을 찾았다. "싸구려 상품만 가득 진열해놓은 다른 중국 관련 행사와는 달라 기분이 좋아요. 화교들의 중국말도 재미있게 들립니다. 용춤도 선보인다고 하는 데 빨리 봤으면 좋겠어요."

이날 오후 열린 거리 퍼레이드에는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사람들을 비롯해 서유기의 손오공 등 전통극 캐릭터로 분장한 이들이 용춤과 사자춤을 선보이며 행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10, 11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는 '대구 화교정착역사 워킹투어'에서는 성모당, 성유스티노신학교 등 남산동 가톨릭타운과 화교협회 등 화교들이 건축에 참여한 건물들을 돌아보며 이 곳에 얽힌 역사를 되짚어본다. 참가를 원하는 시민들은 053)246-5749로 연락하면 된다. 화교거리의 중국문화 체험 부스도 11일까지 문을 연다.

서울에서 열린 '세계화상(華商)대회'에 참석한 일본 등지의 화상 120여 명이 11일 대구 화교정착 100주년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더욱 뜻이 깊다. 축제를 주최한 대구화교협회 왕매용 통역단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한국 속의 화교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서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9일 오후 중구 종로2가 화교거리에서 열린 대구 화교정착 100주년 기념퍼레이드에서 화교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화려한 용춤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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