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외도를 꿈꾸는가

입력 2005-10-08 13:06:45

삶의 비타민? 후폭풍은 어쩌려고…

"요즘 세상에 애인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 말에 열등감을 느끼거나 '난 바보인가'하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도 위험인물이다. 아주 '은밀한 바람'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 하긴 요즘은 '바람'타는 세상이다.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40대 후반의 김모(49) 씨. 그는 요즘 '바람'을 타고 있다. '외도'라는 색다른 경험에 빠진지 벌써 10년째. 상대는 한때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던 유부녀(44). 그렇다고 물불 가리지않고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쯤 만나 밀회를 즐기는 것이 전부.

외롭고 허전할 때 도둑처럼 찾아온다던 불륜, 혹은 외도. 이씨의 경우처럼 그 양상이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다. 아웅다웅 정답게 살면서도 '일탈'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바람'은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반발에서도 아니다. 가정생활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바람'을 타는 걸까.

전문가들은 바람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심리상담전문 사이트인 카운피아닷컴의 전종국 대표(영남대 겸임교수)는 "외도하고 싶은 본능은 과거에도 있었다"며 "다만 요즘 다반사로 일어나는 외도는 본능을 억누르는 사회적·윤리적 장치들이 많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다 영화나 TV드라마도 남녀의 '은밀한 바람'을 일으키는데 한 몫 했다. 이들 영화나 드라마는 귓속말로 주고받던 '바람'을 부추기기도 한다. 하지만 바람을 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잠깐의 외도로 가정의 평화를 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심모(48·여) 씨. 그녀는 식당 문을 닫을 무렵 찾아오는 30대 남자를 만난 뒤부터 의욕을 찾았다고 한다. 뚱뚱했던 몸매가 어느새 가냘퍼 보일 정도로 다이어트에도 성공했다. "남편, 자식들 뒷바라지에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며 "이제야 내 마음 깊은 곳에 감춰진 욕구가 분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가끔은 부부간에도 하지못하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 좋다"며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말라"고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바람'이 과연 삶의 비타민이 될 수 있을까. 심리상담전문가들은 '바람'의 후폭풍을 경계한다.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바람이 잠깐 스쳐지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못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바람'을 끊었다손 치더라도 그 도덕적인 상처는 깊게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소설이고 영화일 뿐 '나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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