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

입력 2005-10-08 13:29:02

박민영 지음/들녘 펴냄

공자와 붓다. 두 성인은 같은 시대 사람이었고, 당대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사상가다. 붓다는 명상을 통한 깨달음의 길을 제시했으며, 공자는 교육을 통해 인간 삶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두 성인을 에워싼 신화를 상당 부분 거두고 보아도 여전히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최근 공자와 붓다의 참모습과 그들의 사상을 풀어내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는 두 성인의 사상 속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두 성인을 알면 알수록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공자의 말 속에서 보이는 붓다의 모습, 붓다의 말 속에서 보이는 공자의 모습으로 요약되는 45편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 딱딱하지 않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논어나 아함경 등 유교와 불교의 초기경전에 바탕, 실감나게 접근한 저자의 노력 덕분에 거리감이 느껴지기 쉬운 고전 속의 성인들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물론 두 성인의 사상이 같다는 말은 아니다. 보편적 사상들 속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시각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공자와 붓다 이해의 한 방법이다. "공자의 계단에 한 발을 디디면 그것을 기반으로 그보다 높은 붓다의 계단에 오를 수 있었고, 붓다의 계단에 한 발을 디디면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그보다 높은 공자의 계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공자와 붓다의 핵심사상을 이해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여러 내용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지혜로운 자(성제자·군자)와 범부의 차이'편에서는 "군자를 속일 수는 있지만 어리석게 할 수는 없다"는 공자의 말이나 "첫 번째 화살은 맞지만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다"는 붓다의 말은 수신(修身)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 차이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뚜렷하게 존재한다.

'인생의 소중함과 불방일(不放逸)'편에서 붓다는 인간의 삶이 무상하다고 해서,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상한 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더욱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여겼다. 즉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이 곧 좋은 결과를 낳고, 나아가 노력의 과정 자체가 결과를 뛰어넘는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공자는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기질 역시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도를 닦을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모자란 자는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자 탄생 2556주년을 맞아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렸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지도이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자를 되살리고 있다. 서양에서 공자와 붓다를 포함한 동양사상에 주목한 지는 오래됐다. 현재까지도 우리의 생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공자와 붓다는 그런 면에서 큰 밑거름이 아닐 수 없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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