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위기 찾는 박상목 씨 부부
"요즘 부부들은 친구처럼 지내잖아요. 술친구도 되니 술 한 잔 하다 보면 싸운 것도 금방 풀려요."
결혼한 지 3년 된 박상목(40·대구시 수성구 상동)·김달아(36) 씨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같이 술을 마신다. 집에서 채소 위주의 '웰빙'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 9, 10시쯤 집을 나서는 부부. 때론 수성못에서 산책 겸 운동을 하고 집에서 걸어 15분 거리인 분위기 좋은 술집을 찾는다. 아날로그 뮤직클럽 '스쿨'은 이 부부가 즐겨 찾는 곳. 바에 앉아 보드카, 와인, 맥주 등을 마음 내키는 대로 마신다.
"LP판이 3천장이나 돼 학창시절 추억에 젖어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으며 술 마시고 흥에 겨우면 리듬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해요."
나이와 상관없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이어서 우연찮게 부부끼리 같이 앉아 술 마시며 사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 사는 게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직 아이가 없어 등산, 쇼핑 등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신혼 분위기를 즐긴다는 이들은 부부가 함께 술을 마시면 과음으로 건강을 해칠 염려가 없고 부부애도 다질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 속상할 때 모이는 대곡지구 주부들
"12일에 학부모 체육대회를 한대요. 모두 빠지면 안돼요."
술집에서 웬 학교 이야기? 지난 3일 밤 9시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의 생맥주집 '도쿄하우스'. 웃음꽃을 피우며 생맥주를 마시는 주부들이 눈에 띄었다. "집에서 저녁 먹고 8시 30분쯤 나왔어요. 애들 교육 얘기, 세상 사는 얘기 나누는 거죠. 상주 콘서트장에서 큰 사고가 났네요."
대곡지구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 대곡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2학년때 같은 반 학부모회 활동을 한 것이 인연이 돼 5년째 같이 모임을 하고 있단다.
"계 모임은 낮에 하지만, 밤에도 가끔 만나 술 한 잔 해요. 밤10시, 10시 30분쯤이면 집에 돌아가지요. 남편들도 인정한 모임이니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호호∼."
곗돈을 모아 방학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들까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주부들. 학교 행사때는 정성스레 부침개, 김밥 등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내놓는 알뜰한 주부들이다.
"띠 동갑이 있을 정도로 서로 나이가 다르니까 오히려 모임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앞서 산 주부의 경험담을 들으며 '남편한테 잘 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거든요."
이 모임의 '대장'인 조미숙(45) 씨는 "예전에는 동네에 남자들만 많은 분위기 이상한 술집들이 적잖아 마음놓고 갈 곳이 없었는데 요즘엔 아이들을 데리고도 갈 만한 밝은 식당 분위기의 술집들이 많아 오히려 여자 손님들이 더 많을 때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자녀 얘기 나누는 신천동 아버지들
"남자들도 여자들과 다를 것 없어요. 만나서 수다 떠는 거죠."
대구시 수성구 신천동의 한 횟집에서 일명 '오십세주(소주와 백세주를 섞은 술)'를 마시고 있는 아버지들. 한 아파트 아래층 위층에 살며 동네 술집에서 같이 술 마신 지 3년이 된 사이다.
"애들이 초등학교 3, 4학년으로 고만고만합니다. 애들이 아파트에서 어울려 잘 노니까 어머니들이 만나고 아버지들까지 알게 된 거죠."
매달 한 번씩 가족모임을 가지고 주말 나들이도 함께 잘 다닌다는 이들은 밤에 기분이 동하면 남자들끼리도 만난단다. "횟집, 맥주집, 막걸리집 등 동네 술집을 돌아다닙니다. 한 집만 몰아주면 그렇잖아요. 동네 발전을 위해서라도 두루두루 찾아줘야죠."
자신의 이름보다는 아이의 이름을 앞에 붙여 '○○ 아버지'로 통하는 게 좋다는 아버지들. 가정사, 세상사 이야기도 하고 아이 성격에 대한 조언이나 학원 정보 등도 나눈다고 했다.
"예전에는 시끄럽고 술 취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본에서 동네 술집이 가족모임 장소로 애용되는 것처럼 우리 동네 술집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김수활(41) 씨는 동네 술집은 주머니에 돈이 없더라도 다음날 갖다 줄 수 있고 술 마시는 사람도 아내들이 다 아니까 바가지 긁힐 염려가 없어 좋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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