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회관 이전 '넘어야 할 산들'

입력 2005-10-07 11:09:26

지난 5일부터 대구 시민회관에서는 건축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고(故) 김인호의 건축작품과 유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구시 시설관리공단이 이날로 개관 30주년을 맞아 시민회관을 설계했던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다. 시민회관은 이 같은 전시회를 비롯해 연중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동안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욕구와 갈증을 풀어 준 곳이 바로 대구 시민회관인 셈.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설이 낡고 노후화한 데다 새로운 공연 및 전시공간들의 잇단 확보로 옛 명성을 점차 잃어갔고 대구시의 고속철도 지상화 방침 확정으로 이전될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이전까지에는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어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넘어야 할 과제

전문가들은 대구시민회관이 이전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시민회관 부지가 철도변 정비사업 대상지역에 포함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이전지 매입 및 신축 공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

최근 기획예산처는 '대전·대구 구간 지상화에는 동의하지만 철도변 주변 사업은 최소화하라'며 사업비 축소 입장을 건설교통부에 전달했다. 철도변 정비사업의 대상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결국 '지하화에서 지상화 변경에 따른 차액 8천49억 원을 주변 정비사업에 투입한다'는 당초 건교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시민회관 문제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모두 744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이전 및 신축에 드는 막대한 재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철도공사가 286억 원으로 예상되는 부지·건물 보상비를 내더라도 시민회관을 신축하는데 458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

대구시 문화예술과 성낙준 문화시설담당은 "새로 짓게 될 시민회관을 다목적홀로 활용하는 등 현재 규모보다 줄인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3, 4년간 매년 80억~100억 원의 세수를 시민회관 이전·신축 예산으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로 다시 태어나길

지역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시민회관의 이전·신축 소식이 흘러나오자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과 시민들은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서예가 류영희(63·대구 중구 봉산동) 씨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시민회관은 모든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드는 사랑방 구실을 했다"며 "다른 전시장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문턱이 낮아 선호했었는데 철거될 것 같다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시민 이동수(38·대구 북구 동천동) 씨는 "시민회관은 어린 시절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 준 추억이 서린 공간"이라며 "공연을 보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소강당쪽 통로로 숨어들어가거나 행사요원인 척하며 들어가다 걸려서 꾸중을 들은 기억이 난다"며 회상했다.

권정호 대구예총회장은 "대구문화의 얼굴이었던 시민회관은 이제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낙후되고 그 역할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며 "이젠 시대에 맞게 기능을 보강하고 대구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기대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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