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농담처럼 우리가 우승하면 다른 팀 감독들은 모두 짐싸야 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솔직히 요즘엔 진짜 우승 욕심이 듭니다."
프로축구 최고령 사령탑인 박종환(67) 대구 FC 감독이 모처럼 웃었다.
지난 83년 세계청소년축구 4강 신화를 이끌어낸 '스파르타식 지도법'의 원조인 박 감독은 대구가 5일 전주 원정에서 전북 현대를 2-0으로 완파하고 2002년 팀 창단 이후 정규리그에서 처음 선두로 올라선 게 쉽게 믿기지 않는 목소리였다.
대구는 K리그에 합류한 첫 시즌인 2003년에 11위, 지난 시즌엔 통합순위 10위에 그쳤다.
대표 선수가 단 한명도 없는 팀 구성으로 볼 때 후기리그 중반까지 5승2패에다 최근 3연승의 고공비행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호성적이다.
대구는 후기리그에서는 선두에 나섰지만 통합순위에서는 여전히 10위에 머물러 있어 4강 플레이오프(전.후기 우승팀과 통합순위 차상위 2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후기리그 우승이 필수적이다.
박 감독은 후배 사령탑들의 분전을 독려하는 의미에서 그동안 입버릇처럼 "우리 대구가 우승하면 다른 팀 감독들은 모두 짐을 싸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의 네임밸류에서는 비교가 안된다"면서도 "남은 5경기에서 3승 혹은 반타작 정도만 하면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 감독은 대구 돌풍의 원동력을 철저히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우리는 무승부도 없잖아요. 이기든지 지든지 팬들에게 화끈하게 대구 FC만의 축구를 보여주라는 말만 합니다. 선수들이 부담없이 뛰고 팬들이 좋아하면 된다는 생각 뿐입니다."
박 감독은 "전반기에는 무려 11명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지금도 4-5명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팀 워크는 완전히 살아났다"고 했다.
또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청소년대표 출신 미드필더 겸 수비수 오장은(20)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J리그 FC도쿄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오장은은 전북전에서 득점 선두 산드로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을 비롯해 최근 무서운 상승세로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박 감독은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다. 자신감도 넘쳐난다. 대구의 미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는 오는 16일 달구벌에서 후기리그 4위이자 통합순위 1위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창단 첫 우승을 건 한판대결을 벌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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