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호준, '부상 투혼' 빛났다

입력 2005-10-06 07:53:55

"해결사의 위용을 보라"

이호준(29.SK)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이호준은 5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2005 프로야구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부상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1루수 겸 5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2회 기선을 제압하는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또 3차전부터 6연타석 연속 안타라는 포스트시즌 신기록의 주인공까지 돼 기쁨이 배가 됐다.

SK는 이날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6일 올시즌 가을 잔치의 향배를 가를 '마지막 승부'를 치르게 됐다.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3차전에서 무릎을 다쳐 오른쪽 힘줄이 끊어진 이호준은 사실 이날 타격 연습 때까지도 출장이 불투명했다.

이호준 자신은 진통제를 맞은 뒤 경기에 무조건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조범현 감독은 다리를 저는 등 아직 몸이 완전치 않은 이상 일단 타격 연습을 본 뒤 선발 출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

SK가 LG에게 덜미를 잡혀 3위로 떨어진 정규리그 마지막 날 마지막 기회에서 병살타를 날려 심적인 부채 의식이 있던 이호준은 연습 때 홈런성 타구를 펑펑 날리며 조범현 감독 앞에서 무력 시위를 했고, 결국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회 무사 2루에서 첫 타석에 오른 이호준은 1차전 때 4타수 무안타의 치욕을 당한 상대 선발 문동환과 마주했다.

볼카운트 1-2에서 이를 악문 채 힘껏 당긴 4구째 슬라이더가 쭉쭉 뻗어나가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이 되자 이호준은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SK 응원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준PO 2,3차전에 이은 영양가 만점의 3경기 연속 홈런포.

이호준은 3-0으로 앞선 4회엔 선두 타자로 나와 2루타를 작렬, 4타수4안타를 기록했던 3차전에 이어 6연타석 안타로 안경현(두산)과 롯데의 조성옥(현 부산고 감독)이 갖고 있던 기존의 최다 기록(5연타석 안타)을 경신하기도.

이호준은 그러나 8회 무사 2루에서는 상대 3번째 투수 윤규진에게 왼쪽 무릎을 맞고 쓰러진 뒤 대주자 조중근으로 교체돼 경기를 마감했고, 즉시 정밀 검진을 위해 을지대학병원으로 실려갔다.

이호준은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중심 타자의 책임감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경기 출장을 고집했다"면서 "못치면 어떡게 하나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자 마음이 편해졌다. 승리의 발판이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호준은 또 "X-레이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단순 타박상 같으니 내일도 정상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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