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입력 2005-10-06 07:59:01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가요계가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이색 팀들을 선보이고 있다. 13인조, 미스코리아·모델·탤런트 등 다양한 출신으로 구성된 그룹, 트렌스젠더 그룹, 남장여성 듀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팀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는 평가에 반해 콘텐츠보다 마케팅에 치중한 이벤트성 상품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이들이 가요계에 미치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셈이다.

◆10인조 이상 대규모 남·여 그룹

I-13(아이-써틴)은 소방차 출신 정원관이 제작한 국내 최다 13인조 여성그룹. 만 12-18세로 구성된 소녀그룹으로 초등학생 3명, 중학생 4명, 고등학생 6명 등 평균연령이 15세다.

정원관 라임뮤직 대표는 "비공개 오디션을 통해 재주있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13명을 뽑았다.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 하는 끼있는 친구들을 일일이 면접했고 2년 간의 트레이닝을 거쳤다. 그룹 사진이 래핑된 버스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도 10인 이상의 남성그룹 슈퍼주니어(가칭)를 준비중이다.

SM은 "가칭인 슈퍼주니어는 10인 이상의 남성 그룹이다. 이들은 연기, MC, 솔로 등 개별 활동도 병행한다. 현재 멤버를 구성하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 이도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는 13인조 밴드 커먼그라운드가 활동중이고, 중국 전통 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크로스오버 중국밴드 여자 12악방, 15명 이상되는 일본 여성그룹 모닝구 무스메가 있다.

◆미스코리아·모델 등 다양한 출신

미스코리아, 모델, 탤런트도 이러한 트렌드에 가세했다.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로 구성된 4인조 트로트그룹 LPG, 연기자와 모델이 모인 5인조 여성그룹 레드삭스, 탤런트 추소영·오승은이 속한 3인조 여성그룹 더 빨강 등이다. 이중 LPG의 경우 멤버 구성의 특이성 보다 성인 가요 시장에 뛰어든 신세대 트로트 그룹이라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들 그룹도 가창력 등 음악성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멤버 구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한 점은 인정할 부분이다. 그러나 재능있는 원석을 발굴해 음악적으로 양질의 시도를 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과거 외모 지상주의로 가수들을 발굴한 시절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이 없다. 장사에 비유하면 물건을 제대로 만드는 방법이 아닌 판매를 위한 마케팅 기술만 발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붐 초기 아이디어가 있으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했으나 당시 아이디어는 있고 제대로 된 콘텐츠는 없었다. 지금 가요계 현실이 그렇다. 또 대중과 미디어가 센세이션한 것만 추구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렌스젠더·남장여성 그룹도 등장

트렌스젠더 그룹 레이디, 성별 논란을 일으킨 남장여성 듀오 카사앤노바는 데뷔 직후 관심을 끈 팀들이다. 이미 하리수가 트렌스젠더에 대한 선입견을 한꺼풀 벗긴 상태지만 트렌스젠더로만 구성된 그룹은 여전히 귀가 솔깃하다. 외모와 목소리가 남성적인 카사앤노바도 제작사가 '남성이냐, 여성이냐' 논란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박은석 씨는 "이들은 사회 윤리적인 규범 내에서 논란을 노린 팀들로, 우리 유교 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서 화제를 양산했을 뿐이다"고 평가했다.

이들에겐 신비감과 궁금증이 풀린 이후 양질의 음악으로 승부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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