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공' 넘어온 금산법

입력 2005-10-05 11:40:4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처리의'공'이 결국 국회로 넘어왔다. 4일 청와대가 금산법 부칙개정 경위조사 발표 형식을 빌려'정부 안'(5%룰 초과지분 보유인정)과 '박영선 안'(5%룰 초과지분 강제매각)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법개정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풀어달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

정부 안에 대해선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선에서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박영선 안에 대해선 충분한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한쪽에 치우침 없는 법 개정논의의 '환경'을 마련해준 셈이다.

논의의 '빗장'은 어렵게 풀렸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전날 박영선(朴映宣) 의원과 한덕수(韓悳洙)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간의'험악한' 설전에서 드러나듯, 법 개정을 둘러싼 당정간 대립은 외견상'마주 달리는 기차'와 같은 형국인 탓이다.

물론 전반적 분위기는 정부 안에서 박영선 안 쪽으로 기우는 듯한 흐름이다. 법률적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재벌 소유·지배구조의 개선을 주문하는 국민정서와 이에 터잡은 노심(盧心·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의 소재가 드러나 있는 까닭이다. 재경위 간사인 송영길(宋永吉) 의원은"정부 안대로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삼성금융계열사 가운데 삼성카드의'5%룰' 초과지분은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강제 매각처분하되, 삼성생명의'5%룰' 초과분은 변액(특별) 계정에 넘긴다는 조건으로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

물론 위헌 소지를 우려하는 재정경제부와 여당 일부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결론을 속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열리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당·정간 치열한 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진통을 겪더라도 여권의 통일된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이 내부의견을 교통정리하더라도 소관 상임위인 재경위 차원의 논의는 더욱 험난해보인다. 특히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소급입법 등 법률적 논란을 무기로 박영선 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목할 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히려 정부안을 지지하고 있는 점. 재경위 소속 이혜훈(李惠薰) 제4정조위원장은 "법률문제를 이유로 정부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여(與) 대 야·정(野·政)'간 대립구도인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여당의 법 개정 논의 방향이 오히려 '삼성 봐주기'라고 반발하고있다. 심상정 의원은 "(유예기간 부여와 삼성카드·생명 분리대응이라는) 여권의 금산법 개정논의는 위기에 처한 제2의 삼성 구하기"라고 비판했다.

각 당이 이처럼 입장차를 보임에 따라 결국 법 개정은 합의처리보다는 표결처리로 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금산법 개정논의와 관련해 최대 변수는 금융소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소위의 결정이 전체회의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소위의 의견이 대체로 ' 존중'된다는 점에서 금융소위 심의의 향배가 법 개정 논의의 관건이라는 것. 금융소위는 한나라당 최경환(崔炅煥) 의원을 위원장으로 우리당 김종률(金鍾律) 박영선 우제창(禹濟昌) 이계안(李啓安) 정덕구(鄭德龜), 한나라당 김애실(金愛實) 이종구(李鍾九) 이혜훈(李惠薰),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이 속해있다. 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금산법 개정방향에 대한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국회로 넘어온 금산법 개정논의는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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