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Travel라이프] 웅장한 왕코르 와트

입력 2005-10-05 10:03:50

급경사 '왕의 계단' 오르니 '신이 된 듯'

"워낙 웅장하고 넓어 사원을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며칠 머물렀던 숙박업소 주인의 말이다. 첫날은 앙코르 톰, 닉펜, 동메본을 보고 쁘레룹에서 일몰을 감상한 뒤 다음날 앙코르 와트에서 일출을 시작으로 둘러보기로 스케줄을 짰다.

현지에서 만나 일행과 함께 택시를 3일동안 전세내고 3일 입장료()를 구입한 뒤 일정을 시작했다.첫 번째 여정은 앙코르 톰. 가이드 역할까지 맡아준 택시기사 린(27)은 능숙한 영어로 '앙코르'란 '도시'를 뜻하고 '톰'은 '크다'라는 뜻이 있다고 설명해줬다.

앙코르 톰 내부에 들어가기 전 다리가 있는데 양쪽에 50개 씩 거대한 석상이 다리의 난간기둥에 조각돼 있다. 쪽은 신, 오른쪽에는 악마가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손에 뱀이 들고 있는 석상들은 마치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듯했다.

나중에서야 그 모습은 앙코르 와트 동쪽 회랑에 있는 유명한 일화 '우유 바다 휘젓기'를 형상화한 것임을 알았다. 내부에는 여러 개의 돌 봉우리가 있는데 사면이 얼굴모양으로 조각돼 있다. 유난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비집고 들어가니 거대한 석상이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앙코르 미소'라는 석상은 기다란 눈, 뭉뚝한 코, 두꺼운 입술에서 자비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바이욘, 코끼리 테라스 등 몇군데만 둘러봤는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후에 돌아본 닉펜과 동메본도 시간 가는 줄 몰고 둘러봤다. 둘째 날은 앙코르 와트의 웅장한 모습을 보는 날이다. 앙코르 와트를 제대로 보는 방법은 인도 문화를 알고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를 읽고 회랑에 새겨진 부조 조각을 보며 내용을 찾는 것이라 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돈이 없어 가이드를 구하지 못했던 우리는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앙코르 곳곳에 보이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따라다니기로 한 것. 그렇게 따라다니며 간간이 들은 이야기는 앙코르 와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1층 벽에 있는 회랑은 감탄 그 자체다. 서로 엉켜있는 신과 악마의 모습은 거칠지만 생동감있는 벽화보다도 더 리얼한 느낌을 주었다. 2층 회랑은 왕과 승려들이 명상을 하던 곳이라 화려한 장식이 없고 밋밋하지만 단아한 느낌을 주었다. 대신 회랑 외부 1천500명이 넘는 아름다운 천상 무희 '압살라'가 끝없이 조각돼 있다. 자세히 보니 손과 얼굴 자세가 모두 다른 것도 이채롭다.

2층 회랑 창문 난간에서는 한 여자아이가 종이에 무언가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부처님의 손바닥'이었다. 어린아이가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했다. 그 아이는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3층으로 오르려면 70도 정도의 급경사로 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왕의 계단'이라 불리는 이 가파른 계단은 왕과 신만이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열기였지만 '왕의 계단'인지라 마치 신이 된 듯한 기분으로 올랐다. 먼 산과 마을 ,앙코르 와트가 한눈에 보였다.

마지막날인 셋째날의 일정은 툼레이더 촬영지로 유명한 '타 프롬'과 똔레샵 호수의 수상마을이다. 자연과 사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타 프롬'은 나무뿌리가 사원을 어떻게 무너지게 했는지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곳. 다른 곳과 달리 복원이 되지 않고 폐허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둬 신비함뿐 아니라 원시적 감동을 준다.

똔레샵 호수의 수상마을은 가장 가까이에서 캄보디아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상마을이 관광명소가 돼 하루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쉴새없이 카메라로 촬영해 '문명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황폐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카메라를 들고 갔다. 피할 것도 같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소박한 미소로 답해줬다.

3일동안 앙코르 돌무더기 유적지에 맘껏 취하고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다시 방콕공항으로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기적같은 건축물인 앙코르와트 사원, 그리고 어떤 환경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을 닮은 캄보디아 사람들. 웅장한 자연 속 건축물과 사람들의 모습,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이 담아두고 싶다.

안주희(경북대 미술학과 3학년)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영화'툼레이더'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타 프롬 2. 앙코르 와트 2층 외벽 압살라들 3. 70도의 급경사로 만들어진 왕의 계단.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