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 '찬-반 선전전' 격돌

입력 2005-10-05 09:58:21

방폐장 주민투표 공식 홍보전 첫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주민투표가 발의되고 공식 홍보전이 시작된 첫날(4일) 경주·포항·영덕 등 유치신청서를 낸 경북도내 3개 시·군의 찬반단체들은 '우리 편' 늘리기를 위한 동시 홍보 활동에 돌입했다. 찬성단체들은 "우리의 상승세를 너무 노출시키지 말라"거나 "이미 기선을 제압한 상태"라며 저마다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고, 반대측에서는 정부 핵폐기물 정책의 무원칙·무계획과 자치단체 등의 형평성·공정성 상실을 문제 삼는 등 비판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유치 홍보전에 본격 돌입한 경주·포항·영덕지역을 전에 돌아봤다.

◆경주

경주유치추진단을 중심으로 한 찬성파들은 오전 9시를 기해 가두방송 차량 3대를 일제히 가동, 분위기를 띄우는데 주력했고 3개 대학 총장들이 주요 보직 교수들과 함께 시청에서 "학자의 양심을 걸고 방폐장 유치에 찬성한다"는 성명서를 발표, 공식 운동 첫날 시민들의 눈길 끌기에 나섰다.

동네단위 유치위원들은 "찬성할 바엔 압도적으로 하는게 낫다"거나 "재원마련이 가능한 방폐장 유치만이 경주가 살 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황모(47·황성동)씨는 "온 동네에 찬성 측 운동원들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4일 임시회를 열어 방폐장 홍보활동비로 10억 원을 지원키로 의결, 경주의 찬성파들이 막판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아파트 단지는 '방폐장 무풍지대'다. 유치위 측은 "반상회를 해도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문도 열어주지 않는 등으로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핵폐기장반대범시민대책위와 한농연합회, 월성핵대책시민모임 등은 5일 오후 반대공동운동본부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출범식을 가졌다.

◆포항

"투표율만 높다면 포항이 찬성률이 가장 높게 나올 것입니다." 정장식 포항시장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 "방폐장 유치여부는 주민투표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시민들은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선택을 해 주길 기대한다"면서 "산자부는 물론 자체여론조사 결과 현재 신청한 4개 시.군의 찬성률이 오차범위내에서 혼전을 빚고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내에는 '방폐장 유치로 포항경제를 확 살립시다'는 글씨와 그림이 새겨진 유치 홍보차량(버스)이 운행에 나섰다. 또 국책사업추진위는 이날부터 유명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시작했다. 'Daum' 홈페이지 초기화면 중간부문에 '포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주민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등 5개 문구가 번갈아 나타난다.

5일 오전 북구 덕수동 국책사업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는 33개 읍·면·동 추진위원장들이 모여 투표일 전까지 투표율과 찬성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논의했다.한켠에선 핵폐기물 처분장 반대위가 시내 도로변에 반대활동을 총괄할 대책본부로 쓰기 위해 텐트를 설치했다. 반대위은 7일 '핵폐기장 반대 포항시민결의대회'를 준비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나눠줄 홍보물과 피킷을 마련하는 등 '거리 선전전' 준비에도 바빴다.

◆영덕

읍·면에는 17일동안 자취를 감췄던 찬반 프래카드가 일제히 내걸렸다. 11월 2일 주민투표를 향한 찬반 승부의 깃발을 올린 것. 김모(45·강구면)씨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프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린 것을 보니 투표일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찬성의견을 가진 영해면 성내리 이모(여.55)씨는 "2003년만 하더라도 찬성 측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범영덕군방폐장추진위는 이날 읍·면 책임자들을 소집, 주민 홍보 대응방안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열을 최종 재정비했다. 박경열 사무국장은 "마지막에 누가 웃는자가 최후의 승자"라고 말했다.

반대 측도 이날부터 고삐를 바짝 당겼다. 영덕핵폐기장반대위는 4일부터 영해·병곡·지품면 사무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또 핵관련 영화상영을 비롯한 반핵 문화행사 준비 등 바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한편 4일 영덕에는 전북지역 2개 일간신문사 기자 등 취재진 6명이 내려와 민심을 살피고 "군산에서는 경북 3개 시.군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인구가 4만7천여명뿐인 영덕군을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l.com. 포항.임성남기자 snlim@msnet.co.kr 경주·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