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입력 2005-10-05 08:54:17

인생이란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

소설이나 드라마에는 주연과 조연이 반드시 나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일 뿐,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게 마련이다. 단지 조금 더 조명을 받고 조명을 덜 받는 인생이 있을 뿐이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10명이 넘는 인물들이 각자 주인공이 되어 서로 부딪치면서 만들어나가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처럼 각자의 이야기가 포개어져 만들어지는 모자이크 같은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민규동 감독의 작품. 영화는 여섯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다.

재건축의 기로에 선 곽씨네하우스의 곽 회장(주현)은 중년의 배우지망생 오 여인(오미희)을 남몰래 사모한다. 성격 고약한 곽 회장에게 문전박대당하는 외판원 창후(임창정)는 사랑의 도피 끝에 가정을 이뤘지만 부부는 늘 가난하다. 창후에게 신용카드 대금 독촉전화를 거는 전직 농구선수 성원(김수로)은 어린이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TV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아빠라 부르는 여덟 살짜리 진아(김진아)를 만난다. 진아의 남자친구 지석의 부모는 냉혈한 사업가 조 사장과 씩씩한 정신과 의사 유정. 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유정(엄정화)은 토론 프로그램에서 만난 연애에 숙맥인 나 형사(황정민)와 사랑을 키운다. 유정의 병동에 입원한 자살미수자인 정훈(정경호)과 수녀 서원을 앞둔 수경(윤진서)은 서로를 위안 삼아 각자의 인생을 돌아본다.

자칫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이 영화는 그러나 여덟 살 꼬마부터 환갑 나이의 중장년 커플까지 연령별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영화 속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시점으로 희망과 슬픔, 아픔을 버무려낸다.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선 스쳐가는 행인일 뿐이지만 각자의 인생에선 주인공이다. 다만 영화의 등장인물이 많고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큼 다소 산만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38분.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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