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하루 종일 맑던 가을하늘은 이날 늦게 상주시민운동장 주변에 처량한 가을비를 흩뿌렸다. 애달픈 영혼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듯. 살려달라는 마지막 소원들의 무게를 못 이기고 반쯤 휘어진 철문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저승과 이승을 가른 게 마치 제 책임인양. 즐거워야 할 축제의 마지막 날 상주 시내는 온통 슬픔에 잠겼다. 거리에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와, 아내를 혼자 보낸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읜 딸들의 가슴 저미는 곡소리만 가득했다.
상주 공연장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단 하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또 일어났는지, 도대체 우린 언제까지 후진국형 인재(人災)에 아까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지…. 물론 질서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입장하려던 시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우리의 조급증, '빨리빨리 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저 철문 너머에 지상낙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하지만 일년이 가도 볼만한 문화행사 한 번 열리지 않는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 상주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더욱이 행사 주최측은 초대권 1만 장을 돌린 것도 모자라 하루 종일 안내방송, TV자막 광고로 관람을 '독촉'했다고 한다.
"그런 데 가본 적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았어. 그런데 하도 동네 친구들이 가자고 하기에 내 평생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따라 나섰어. 그런데 그게 정말 마지막 길이 될 뻔했어." 그깟 노래 구경하러 나섰다 가슴을 밟혀 입원한 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사고가 눈 앞에 뻔히 보이는 행사를 치르면서 최소한의 사고예방 노력마저 게을리한 이번 행사 관계자들은 누구도 변명해선 안 된다. 기획사도, 상주시도, 방송사도, 경찰도. 몇 시간씩 철문 너머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앞에선. "불의의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상주시장의 사죄문은 분노만 부른다. 정말 불의의 사고였단 말인가.
이상헌기자 사회 2부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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