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히어로' 이명박 서울시장(64)은 경북 영일 촌놈이다. 쥐어짜도 뭐 하나 건질 게 없을 정도로 궁벽한 살림에 오 남매를 둔 그의 부모는 딸은 초등학교, 아들은 중학교까지만 공부시킨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돈을 벌어라"고 채근하는 어머니에게 이명박의 담임은 "낮에 버는 야간이라도 보내자"고 통사정했으나 손톱도 들어가지 않았다. "낮에 번 돈은 생활비로 써야지, 지가 학비로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 "1등 하면 등록금이 면제되니 야간고라도 보내자"고 하자 어머니는 "한 번이라도 2등 하면 고등 공부는 끝이다"고 못 박으며 아들에게 뻥튀기 기계를 안겼다. 행상 어머니 옆에서 며칠 연습한 이명박은 포항 시내 모 여고 앞에 자리를 잡았다. 새벽 일찍 불을 피워 놓고, 뻥튀기를 팔려다가도 또래 여고생들이 재잘거리며 등교하면 숨어 버리다가 끝내는 챙 큰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장사를 했다.
◇ "따악-." 어느 날 장사를 하는 이명박의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내리쳤다. "사내 녀석이 뭐가 창피해서 겨울에 밀짚모자를 썼느냐."고 어머니는 불호령을 내렸다. "장사를 하려면 사는 사람과 눈을 맞춰라. 남자가 뭐를 하든 당당해라"고 어머니는 주문했다.
◇ 어머니의 '당당 철학'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은 이 시장은 이를 청계천 프로젝트에 반영시켰다. 썩은 물이 흐르고 메탄가스가 새어 나오던 청계천에는 점포주, 임대상, 재임대상, 노점상 그리고 조폭까지 무려 22만 명의 이권이 난마처럼 얽혀 있었다. 누구 하나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이 시장은 무려 2만 번이나 현지 상인들을 만나 "복원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이면 계약 없이 그들을 설득시켰다. 상인들의 협조 속에 청계천은 꿈처럼 되살아났다.
◇ 행정의 힘, 지도자의 중요성은 이런 것이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나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시대를 앞서가려면 그 속도를 뛰어넘는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책임감과 권한을 갖고 당당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결정한 정책에 난관이 닥쳐오면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면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 성공을 통해 명분과 신뢰만 있으면 까다롭다는 한국민도 굉장한 힘을 모을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것을 본 조해녕 대구시장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최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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