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리자 '인간도미노'…순식간 10여명 포개져

입력 2005-10-04 10:58:21

부상자들이 말하는 사고순간

상주공연장 참사 사망자의 시신과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상주 적십자 병원과 성모병원은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가족들의 오열이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성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황순덕(64·여) 씨는 단 1초 사이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하는 거야. 앞에서 네번째줄에 서 있다가 문 난간을 잡고 간신히 버텼지. 몸이 360°로 빙 돌았고 팔이 빠지는 줄 알았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어. 다른 한 손으로는 사람들에 깔려 정신을 잃은 영감(73)을 끌어 올렸지. 1초라도 늦었다면 영감 목숨은 구할 수 없었을 거야.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영감과 밖으로 빠져 나왔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이하용(70) 씨는 "문에서 6m 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는데 문이 열린 순간 10명이 한꺼번에 위로 포개졌다"며 "죽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옆으로 굴렀고, 바로 옆에선 살려 달라고 얼굴 볼 살을 쥐고 발버둥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신복순(63·여) 씨는 "남편과 부둥켜 안고 정신없이 웅크렸다"며 "남편은 한쪽 다리를 접질러 남은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부상자들도 악몽같았던 순간에 몸서리쳤다. 서복순(67) 씨는 "바로 배 밑에서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고 김금순(50) 씨는 "이제 죽었다고 눈을 감는 순간 누군가 내 몸을 일으켜 겨우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7시간이 지난 자정무렵. 성모병원 중환자실에는 가족들의 오열과 기도가 이어졌다. 일반 병동보다 부상 정도가 심한 탓에 걱정과 한숨 소리가 더 컸다. 최영혜(53) 씨는 "어머니(82)가 가슴, 다리에 상처를 입고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평소 혈압이 높고 당뇨가 있어 10분마다 한번씩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 가족들은 "어머니는 6·25 피난때보다 더 무서웠다는 얘기만 간신히 남겼다"며 "사고 당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김명수(41) 씨는 "장모(72)님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며 "간신히 의식은 돌아 왔지만 계속 통증을 호소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환자 가족들에 따르면 의식 없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했던 최복순(55·여) 씨는 3일 밤 10시쯤 서울 삼성병원으로, 김종순(47·여) 씨는 밤 11시쯤 대구 영남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남대 병원 응급실 당직의사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상세한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환자 가족들은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고발생후 4, 5시간이 흘러서야 큰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3일 오후 상주시민운동장 직3문 입구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현장. 많은 사상자들이 입구에 쓰러져 주위 사람들이 구조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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