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 사망하고 90여 명이 다치는 결과를 불러온 상주 공연장참사는 부실한 행정과 대형행사 개최 경험이 없는 신생기획사의 합작품이었다. 특히 행사 기획을 맡았던 업체 대표는 김근수 상주시장의 인척관계였다.
상주시는 2005상주전국자전거축제 행사 중 개막식, 자전거인의 밤, 시민가요제와 MBC가요콘서트 유치 등을 조건으로 (사)국제문화진흥협회(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와 1억 원에 행사대행 계약을 지난 8월 말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상주시는 업체 측의 행사 기획력과 행사대행 경력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업체 측이 제시한 가요콘서트 유치 등 조건만을 받아들여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올해 3월 3일 설립됐으며 자전거축제 행사 대행을 위해 8월 말쯤 실무 기획사인 자매회사 (주)뉴닉스커뮤니케이션(대표 황영집)을 설립, 직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나 체계적 행사 기획은 물론 경찰서·소방서 등 관계 기관과 안전대책 협의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김 시장과 인척관계인 김완기(65) 협회장이 처음부터 상주 자전거축제 행사대행권을 따내기 위해 3월 기획사를 급조했고 8월 말 상주시와 계약을 체결한 뒤 자매회사를 설립해 실무 기획력을 갖춘 직원들을 모집하는 등 '행사대행 이권'을 둘러싸고 김 시장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업체가 계약조건인 가요콘서트 개최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고도 MBC의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상주시는 행사 열흘을 앞두고 직접 나서 MBC와 안전대책·프로그램 협찬, (사)국제문화진흥협회를 행사 대행업체로 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게다가 약정서에는 편법이 동원됐다. 1억3천만 원의 행사비를 상주시가 부담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대행업체(4천만 원)와 상주시(9천만 원)가 우선 MBC에 행사비를 부담한 뒤 행사가 끝나는 대로 대행업체가 상주시의 부담금 9천만 원을 다시 반환하는 것으로 이면계약했다. 이는 MBC측이 사단법인체와는 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알려온 데 따른 것이다.
심지어 대행업체는 MBC와의 행사대행 약정을 체결하면서 200명의 경찰병력 지원과 소방차량 및 119구급차량 등 소방인력 지원 협조요청 등 행사 안전대책안을 수립해 놓고도 경호업체에만 안전을 맡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3천 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에 대해서는 소방서 등에 안전대책을 신고토록 한 현행법을 무시하고 경찰서나 소방서 등과는 이렇다 할 안전대책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주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9월 26일 230명의 경찰병력 지원을 구두로 요청받아 정식 공문으로 요청할 것을 통보했으나 아무런 지원요청이 없었다"고 했으며 상주소방서 관계자도 "행사 안전대책과 관련해서 대행업체나 상주시로부터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행사 기획실무를 맡았던 (주)뉴닉스커뮤니케이션 박춘희(39) 이벤트사업팀장은 "행사 준비를 위한 실무직원들은 8월 말에 입사했다"며 "이미 행사 기획이 끝난 상태였으며 홍보와 행사실무를 위한 외주 기획사 성격의 업체도 8월 말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심지어 상주시는 대행업체 측에 식당업 허가와 하천점용 허가를 내 줘 영리(유료)사업인 '제1회 한우불고기 축제'를 열도록 했으나 이마저도 축제 실무자가 행사에 사용됐던 소 13마리 분량의 판매대금 수억 원을 가로채 달아나는 등 불법으로 얼룩지게 했다. 당초 대행업체 측은 상주시 한우단체와 이 행사 공동주최를 두고 논의했으나 무산되자 안동의 모 축산으로부터 4천만 원에 물량공급 계약을 체결해 모두 30여 마리의 한우를 도축, 판매했다는 것. 그러나 협회 측 황모(가요콘서트 행사총괄 단장) 부회장이 수억 원의 물량대금과 행사장 인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채 달아난 상태다.
이에 대해 김근수 상주시장은 "대행업체 대표가 인척관계라는 사실은 사전에 알고 있었으나 이권 등은 없었다"며 "실무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대행업체가 행사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는지에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