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놈의 폭탄주 때문에…"

입력 2005-10-01 08:10:01

폭탄주가 말썽이다. 주로 지체높은 양반(?)들의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불상사라고 하기엔 너무 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는 많은 사람들은 폭탄주로 인해 큰 실수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과 국감 피감기관 간부들간 술자리에서 벌어진 '술자리 폭언' 논란과 함께 또다시 폭탄주가 곳곳에서 화제만발이다. 일반인들 사이에도 이로 인해 단순히 웃어넘길 수만 없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회사원 진모(50)씨가 저승에 갔다 온 사건은 폭소 그 자체다. 진씨는 2년 전 점심식사를 하다 폭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폭탄주만 십여 잔 마신 그는 다시 회사로 갈 수도 없고 집으로 가기도 어려워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3시쯤 깬 그는 바로 앞에 하얀 구름이 끼어있는 것을 보고 '내가 죽었구나!' 생각했다.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스쳐갔다. '책상 서랍속에 비상금 20만 원 숨겨뒀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구나!' 등. 진씨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면서 차 앞에 낀 새벽서리를 보고 저승에 온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그 이후로 낮 폭탄주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대기업에 취직한 회사원 전모(35)씨는 첫 회식때 폭탄주를 3잔 마신 뒤 취해 전봇대를 껴안고 잤던 일이 황당하기만 하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전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폭탄주를 마셨다. 만취한 상태에서 소변이 급했던 그는 밖의 전봇대에 볼 일(?)을 본 뒤 그대로 껴안은 채 잠들었다. 1시간쯤 지난 뒤 입사동기가 찾아보니 전봇대를 껴안고 있더라는 것. 전씨는 "그 후로 전봇대만 보면 얼굴이 빨개진다"고 털어놨다.

◇장모(37)씨는 지난해 여름 독특하게 폭탄주 제조하는 것을 감상하다 눈 아랫부위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한 참석자가 맥주잔 9개 위에 책받침을 놓고 그 위에 양주잔 9개를 놓은 상태에서 순식간에 책받침을 빼냈는데 장씨의 얼굴을 그으면서 눈 아랫부위가 5cm가량 찢어졌다. 그는 "폭탄주 9잔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해 가까이 가서 지켜보려다 변을 당했다"고 쓰라진 기억을 더듬었다.

◇언론인 김모(32)씨는 올초 부서 회식자리에서 폭탄주 10잔 정도를 마신 뒤 무례한 행동을 하다 선배가 던진 마이크에 맞아 입술이 찢어졌다. 김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상의를 벗고 갑자기 앞으로 나가 노래를 부르려던 선배의 마이크를 빼앗으려다 큰 화(?)를 당한 것.

◇예비의사인 박모(25)씨는 올해 친구들과 여름캠프를 갔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고 난 뒤 민박집 주변 웅덩이에 빠져 입술주변이 찢어지고 이빨 2개가 부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는 괜한 객기를 부리려고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하듯 마시다 모처럼의 여행을 망치고 말았다.

수성구 황금네거리 모 주점 김모(48.여) 주인은 "폭탄주를 마시다 주먹다짐을 벌이는 경우도 하루 1차례이상 발생한다"며 "특히 만취한 상태에서 주변 물건을 던져 엉뚱하게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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