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두산동 지말련(82) 할머니의 8평짜리 단칸방. 수십 년 된 판잣집은 불결했다. 할머니가 아무리 청소에 매달려도 판잣집에 대한 쥐와 바퀴벌레의 공격은 지독하고 매서웠다.
지난여름엔 이웃 독지가가 놓고 간 쌀을 쥐가 파먹어 버렸다. 조금만 방심해도 밥상 위에 바퀴벌레가 기어올랐다. 하지만 최근 할머니의 얼굴엔 웃음이 흐르고 있다.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방역'이 이뤄진 것이다. 할머니는 이젠 '깔끔한 세상'에서 살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고통스런 어르신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는 방월분(72) 할머니. 종이를 주워 하루 2천 원 정도를 버는 방 할머니의 거처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참혹했다.
바퀴, 쥐는 '기본'이고 뱀에다 들쥐까지 드나들었다. 인근 주택가와 떨어져 있는데다 항상 주워온 종이를 쌓아 놓으면서 야생동물의 '식생환경'이 갖춰진 탓이다.
종이를 주워 파는 할머니 입장에서 방역은 엄두도 못 낸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으로 인해 받는 정부보조비 32만 원 가운데 할머니의 '가처분 소득'은 거의 없다. 월세 10만 원에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들 뒷바라지에까지 돈을 보태면 하면 항상 빈 주머니다.그런데 할머니의 컨테이너에 지난달 말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다. '대구시 치매 및 노인전문병원 가정봉사원파견센터' 사람들.
이들은 대구의 방역 전문업체인 '하나 메인터넌스' 직원들과 함께 방문, 깔끔한 집안 청소 작업에 나섰다. 덕분에 할머니의 컨테이너엔 이달 초부터 '불청객들'이 자취를 감췄다.
"뭐, 그냥 좋지 뭐. 아이고, 몰라." 웃는 일이 드문 할머니는 방역작업이 끝난 뒤 '봉사자들'에게 씩 웃었다고 한다.봉사대원들이 최근 다녀 간 수성구 두산동 지말련 할머니의 단칸방. 할머니는 쥐와 해충의 고통을 안 당해 본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너무 성가셨어. 음식을 파헤치는 것도 문제지만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어. 쥐가 쿵쾅거리며 다니고,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지… 지금? 너무 좋아." 할머니는 죽기 전 마지막 행복이라고 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천 원의 행복
봉사활동에 나선 가정봉사원파견센터 사람들은 지난여름부터 이달 말까지 80명의 어르신들에게 '방역서비스'를 했다. 이 봉사로 인해 어르신들은 '큰 행복'을 맛봤다. 이 봉사에 들어간 돈은 겨우 40만 원. 어르신 1명의 집을 방역하는데 5천 원이 들어간 셈. 5천 원만 있어도 찡그린 어르신들의 얼굴을 펴드릴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집을 돌아보면서 무엇보다 방역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사 수발 봉사에 나선 가정봉사원들이 한결같이 얘기했어요. 어르신들 댁에 가면 바퀴벌레가 들끓어 음식을 드릴 수 없을 정도라고요." (이동준 사회복지사)
센터는 대구시에 재정지원을 요청했고, 방역사업을 위해 40만 원을 겨우 확보했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10여 명의 노인에게만 서비스가 가능했다. 시중에 방역 가격을 물어보니 1가구당 최소 몇만 원은 든다는 말을 들은 것.
센터는 대구시내 전문방역업체 여러 곳에 도움을 구했다.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봉사에 나설 업체를 찾은 것.
전문 방역업체인 '하나 메인터넌스'가 흔쾌히 '하겠다'는 답을 해왔다. 약품값에도 못미치는 5천원 만 받고 하나 메인터넌스는 이달 말까지 80명의 어른신들의 집을 찾았다.
"어르신들이 방역업체에 직접 요청을 해서 방역을 하려면 3만∼5만 원 정도가 듭니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로 사는 어르신들이 이 돈을 방역에 쓰기가 불가능하죠. 딱한 사정을 듣고 영업활동에 다소 지장은 있었지만 승낙했습니다. 그냥 일손을 조금 보탠 것뿐인데 어르신들이 너무 고마워하니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더군요." (하나 메인터넌스 김민주 대표)
◆아름다운 손을 찾습니다
가정봉사원파견센터는 제대로 된 방역효과를 얻기 위해 연간 2회의 방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재정에 기댈 형편이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
대구 시내에만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 65세 이상 어르신만 1만2천713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모두 방역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사회복지사들은 전한다."후원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의 집이 불결하니 자원봉사자들도 방문을 꺼리는 사람이 생깁니다. 후원 방역업체만 있으면 5천 원으로 1명의 어르신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이동준 사회복지사는 도움을 바랐다. 053)819-2061. 010-9690-2061.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사진설명: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이 쥐와 바퀴벌레의 공격에 울상짓고 있다. 어렵게 마련한 음식을 불청객들이 파먹고 있는 것. 때문에 최근 대구시내 한 복지단체가 시작한 방역 봉사는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치매 및 노인전문병원 가정봉사원파견센터가 방역 후원업체인 '하나 메인터넌스'와 함께 천필남(80) 할머니의 단칸방을 방역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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