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키워드였다.
배우 황정민의 관객을 울리는, 신들린 듯한 연기는 바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카메라는 눈속임이 없어요. 관객들은 절대 속일 수 없어요. 가슴으로 연기해야죠. 머리가 아니라."
23일 개봉된 영화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봄)에서 그는 다방종업원 은하(전도연)를 일편단심 사랑한다. 그녀가 에이즈가 걸렸다 해도 그 마음엔 변화가 없다."두 사람의 진심이 담긴 사랑 이야기에 반했어요. 어설프게 붙이거나 포장하지 말자, 원석처럼 순수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자고 감독과 뜻을 모았죠."
결과부터 말하면 초특급 대박이다. 황정민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노총각 순정파였다. 어찌 보면 신파로 흐를 영화는 그의 혼이 담긴 열연에 힘입어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계산 절대 안 해요. 사람의 삶을 어떻게 더하고 빼겠어요."
객석에서 폭소탄이 터지는, 속옷 차림으로 화장실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촬영 전날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석중과 혼연일체가 된 그에게 깜찍한 춤 동작은 자연스러운 표현. 반나절 만에 뚝딱 찍었다.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눈물의 면회신도 시나리오에서 바꾼 것. 16시간 동안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그 또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이었다.
"도연씨가 큰 힘이 됐죠. 도연씨 앞에 서면 그냥 자연스럽게 석중이 됐으니까요."
가슴으로 연기를 한다는 그는 매 장면 베스트를 뽑아내려 한다.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바닥까지 긁어낸다. 인터뷰 때마다 100프로 만족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회해봤자 소용없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짚어봐야죠. 촬영을 하는 석달여 동안 줄타기를 하는 듯해요. 종이 한 장 차이에요. 한순간 고개만 잘못 돌리면 떨어지는 거죠."
촬영 중 위기감을 느낄 때는 오히려 "이젠 됐다"는 생각이 들 때. 매너리즘에 빠지려 들면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떠오르는 느낌을 적어놓은 노트를 꺼내본다.
"시나리오를 보고 또 봐요. 시나리오에 모든 답이 다 있으니까요."
아, 인터뷰를 끝내면서 물어봤다. "다시 만난 석중과 은하가 결국 어떻게 살았을까. 사랑이란 어차피 구질구질해지게 마련 아닌가"라는 질문에 '배우 황정민'은 사라지고 어느새 '노총각 석중'이 돼버린 그가 대답했다.
"잘 살았겠죠. 사랑의 힘을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no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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