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

입력 2005-09-28 07:59:43

여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성격도 직업도 저렇게 괜찮은데 왜 아직까지 혼자일까?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을 거야." 남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 여자 역시 '그 문제'로 결국 날 떠나겠지."

이제 막 사랑에 빠지려는 이 연인에게 가장 큰 문제이자 장애물은 상대방의 복잡한 애정관계도, 알코올중독도, 돈 문제도 아니다. 바로 '밤비노의 저주'를 받은 야구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다.

고작 야구가 무슨 문제가 되냐고 묻는다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23년 동안 보스턴 레드삭스만을 생각하고 사랑하며 살아온 이 남자에게 야구는 연인이나 종교,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덤 앤 더머', '킹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코미디영화의 전설을 만들어온 패럴리 형제가 드류 베리모어와 함께 하트 모양 야구공을 잡았다. 이들의 로맨틱코미디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가 다음달 7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패럴리 형제와 드류 베리모어의 만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만 하다. 짐 캐리와 카메론 디아즈, 기네스 팰트로 등은 패럴리 형제의 손을 거쳐 비로소 김태희와 원빈에게 부족한 '유머'를 갖춘 배우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는가.

드류 베리모어는 '웨딩 싱어', '25살의 키스', '첫키스만 50번째' 등에서 어딘가 모자란 듯 헐렁하면서 한없이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통해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촉망받는 여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어바웃 어 보이'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작가 닉 혼비도 가세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하루종일 보스턴 레드삭스만을 생각하면서 23년을 보내온 남자 벤 라이트맨(지미 팰론)은 어느날 멋진 커리어우먼 린지 믹스(드류 베리모어)를 만나 데이트를 신청한다.

화장실에서 시작한 첫 데이트부터 어딘가 심상치 않았던 이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야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이들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레드삭스의 경기를 빼놓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는 벤과 벤을 이해하면서도 야구경기를 보느라 일에 소홀해지는 것이 싫은 린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 영화는 결국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낸 레드삭스처럼 '사랑의 저주'를 풀어가는 벤과 린지의 사랑 이야기를 야구 경기처럼 펼쳐놓는다. '코미디'가 강했던 패럴리 형제의 전작들보다 '로맨틱'에 힘이 실려있다.

패럴리 형제들만이 구사하는 특유의 지저분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웃음의 코드는 야구장 한복판을 질주하는 '구토녀' 드류 베리모어와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지미 팰론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더욱이 영화는 86년만에 '밤비노의 저주'가 풀린 지난해 미국 월드시리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레드삭스의 열혈팬인 패럴리 형제는 레드삭스의 패배로 끝날 예정이었던 대본을 기쁜 마음으로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실제 경기를 촬영한 장면과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를 재패하는 순간을 그대로 담아낸 장면 등이 볼거리다.

벤에 버금가는 야구광인 남성 관객이나, 야구광인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스러운 여성 관객이나, 패럴리 형제의 영화를 즐길 줄 아는 관객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상영시간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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