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코치 수락한 홍명보 "어려운 결정이었다"

입력 2005-09-27 18:31:43

"설사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내가 선수 시절 쌓아놓은 영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홍명보(36) 신임 축구대표팀 코치가 어려운 수락 결정을 내린 심정을 털어놨다.

홍 코치는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는 각오와 처음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소감을 밝혔다.

--대표팀 코치가 된 소감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나름대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어제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책임감이 앞선다. 한국축구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게 됐는데 이 길이 어렵고 힘든 건 알고 있지만 그 길을 가야 한다면 피하고 싶지 않다.

--대표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 같나.

▲구체적인 것은 (아드보카트) 감독님이 오셔야 알 것 같다. 감독님이 날 뽑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핌 베어벡 코치와 압신 고트비 코치가 한국 선수들을 잘 알고 있고 나 역시 같이 뛴 선수들이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중간에서 잘 조율하는 게 내 일이다. 정서적인 문제도 있고. 외국 감독이 오시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마련인데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코치와 선수는 서로 신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다른 계획도 있었고 축구행정 쪽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는데 코치직을 수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언론에도 나왔지만 내가 자격이 안되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 기술위원회가 추천했다면 고사했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 이름을 찍어서 보내왔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선수들이 의기소침해 있다. 그동안 경기 결과가 안좋았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선수들에게 어떤 것을 주문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선수들이 좀 더 심기일전해 분발해야 할 때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으니까 대표팀 감독이라는 목표를 상정해볼 법도 한데.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 대표팀 감독을 말하는 건 우습고 코치직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지금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지만 기회일 수도 있는데.

▲세계적인 감독 밑에서 8개월간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은 돈주고도 나가서 배우는 일인데 나에게도 물론 좋은 기회다. 손해보는 일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은 기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다.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월드컵에서 목표는.

▲16강 진출이고 그 이상 가면 좋겠다.

--대표팀의 수비 불안이 문제라는 말이 많다. 수비수 출신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건가.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직력이다. 수비수 뿐 아니라 공격수까지 어떻게 몫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서 코치진에 전할 건 전하고 내가 답을 줄 건 주겠다.

--LA축구교실이나 공부 계획은 어떻게 할 건가.

▲조금씩 정리해가고 있다. 미국생활도 그렇다. 연말 자선경기는 장학재단이 추진하는 일이라 예정대로 할 생각이다.

--축구협회가 어려울 때 바람막이로 홍 코치를 이용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축구협회가 날 대표팀 코치를 시킨 게 아니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직접 내 이름을 찍어서 요청해온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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