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도둑을 감동시킨 선비

입력 2005-09-27 15:52:27

오늘은 도둑을 감동시킨 어느 선비 이야기를 들려주마. 나도 이 이야기를 꼭 너만 할 때 역시 추석 무렵에 들었단다.

조선 숙종 임금 때에 황순승이라는 사람이 있었대. 평안도 어느 작은 산촌에서 살았는데 효성이 아주 지극하였다는 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이 입을 옷을 자신이 먼저 입고 있다가 따뜻해지면 부모님께 입혀드리는 등 부모님을 위하는 일이면 무엇이나 열심히 하였대.

또한 황순승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결코 범하지 않았대. 마을 앞 징검다리를 놓을 때에 돌이 부족하자 뒷산의 주인 없는 무덤에서 돌을 가져다 놓자는 의견이 나왔지. 그러자 황순승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반대를 하였대. 그런데 일에 쫓긴 마을사람들이 그만 그 돌로 다리를 놓고 말았지. 그러자 황순승은 그 다리로는 결코 건너지 않았대. 한겨울에도 그 돌다리로 건너지 않고 맨발로 얼음이 둥둥 떠있는 찬물을 건너곤 하였지.

어느 해 정월이었대. 도둑들이 그 다리를 지나는 사람을 털려고 이른 새벽에 냇가를 지키고 있었는데, 황순승은 역시 맨발로 물을 건넜대. 황순승은 제사상에 올리는 제물을 구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시장으로 가는 길이었지.

도둑들은 깜짝 놀랐지.

'아니, 우리는 다리를 건너는 사람을 털기로 했는데 저 사람은 맨발로 물을 건넜잖아. 그렇다면 우리는 저 사람을 털어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그래서 도둑들이 황순승에게 물었지.

"왜 다리로 건너지 않는 거요?"

"그 다리는 마을 뒷산의 주인 없는 무덤에서 돌을 가져와 놓은 다리요. 조상은 다 귀한 법인데 남의 무덤이라 하여 함부로 하면 되겠소?"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이고 또 겨울인데도 맨발로 건넌단 말이오? 발이 얼어터질 듯이 차가울 텐데……."

"그렇소. 하지만 누가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일을 함부로 해서야 되겠소?"

"네에?"

도둑들은 이러한 황순승의 말에 그만 감동하고 말았지. 그리하여 도둑들은 모두 황순승 앞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였대.

"저희들을 용서하십시오. 앞으로 우리도 착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좋소. 내가 농사지을 땅을 구해보겠소."

황순승은 도둑들을 데리고 마을 뒤의 골짜기로 찾아갔지. 거기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었대. 그리하여 도둑들은 착한 사람이 되었고, 그 동안 도둑들에게 시달리던 사람들도 안심하게 되었지.

이러한 황순승의 이야기가 조정에 알려지자 숙종 임금은 황순승에게 참봉 (參奉)벼슬을 내렸대. 벼슬에 오른 다음에도 황순승의 마음은 한결같았대. 그리하여 황순승은 벼슬도 높아져 직장(直長)에 이르렀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 없는 무덤은 바로 도둑의 우두머리 집안의 무덤이었다는구나. 그러니 도둑들은 황순승에게 더욱 고마워하였지.

어때, 넌 황순승으로부터 어떤 점을 본받고 싶니?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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