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끝…씁쓸한 뒷맛

입력 2005-09-27 11:53:38

'술자리 폭언' 의혹 대부분 사실과 달라

'술자리 폭언 논란'의 당사자가 정선태 대구지검 제1차장검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난무했던 각종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주성영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일부 언론과 특정 정치세력에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난무했던 의혹들= 이번 사건은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이냐, 대구지검 정선태 제1차장검사의 성희롱이냐를 놓고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정치권 음모론까지 흘러들었다. 술자리에서 벌어진 사건의 본질보다는 이런 얘기가 어디로 새어 나갔고, 이 과정에 개입된 인물이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진 때문이다.

우선, 폭언논란의 중심에 선 주성영 의원과 한나라당은 술자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술집 여주인이 술자리 1차 장소로 찾아와 자신의 술집으로 유도한 경위가 석연찮다"고 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 한 관계자도 "혹 계획된 술자리 유도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이 여주인은 술 손님이 자신의 술집에 없는 양주를 요구해 이를 빌리러 갔다 평소 안면이 있는 주 의원 등을 우연히 만났다는 게 지금까지의 진실. 여주인과 주 의원과는 모 대학 '정치아카데미' 수강 등을 통해 2여 년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또 일부는 이 사건이 대구여성회 등 외부로 유출된 부분과 사건의 진행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은 27일 우익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이강철 수석의 해외특보가 일을 진행시켰다'는 내용의 인쇄물을 기자들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수석에게는 '해외특보'란 직함 자체가 없고, 인터넷 매체에 소개된 술집 여주인의 학력도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언론에서 나온 대구여성회 간부와 이 수석이 경북대 철학과 선후배 지간이라며 연관짓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술자리에서 성희롱과 폭언이 있었느냐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도 전에 정치권에는 본질을 흐리는 루머와 추측성 억측이 나돌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달 26일로 예정된 대구 동을 재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주성영 의원의 신상발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27일 서울고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정치공작의 배후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선 신상발언을 통해 "사건의 본질적 핵심은 사이비 황색언론 오마이뉴스에 의한 사건 조작과 위장 시민단체의 진실 왜곡, 대구 동을 재선거와 관련한 추악한 배후가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누군가가 이 사건 관련자들을 협박해서 사건을 조작하고 특정인에게 뒤집어 씌움으로써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 나는 과연 이런 일이 인권을 표방하는 참여정부하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런 일을 야기한 세력이 즉시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가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 만약 내가 제시한 세 가지 사안에 대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옛말에 따라 동료들을 맞이한다는 것이 폐를 끼치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진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에게 다시 국회의원과 검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한다면 검사의 가치를 택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명확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오마이 뉴스의 공개 사과와 대구 여성단체 윤정원 국장의 방출 및 열린우리당내 개입 세력의 양심고백을 내걸었다.주 의원은 최근 술집 여주인을 만나 술자리 폭로과정에 열린우리당 관계자가 개입한 증거를 건네받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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