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타' 재앙 가시화

입력 2005-09-24 12:18:40

미국 남부로 접근하고 있는 허리케인 리타는 23일(현지시간) 3등급으로 세력이 약화됐으나 앞서 내리기 시작한 폭우로 뉴올리언스의 둑이 다시 무너지고, 대피객을 실은 버스에서 불이 나 24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리타에 대비해 거의 3백만 명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100㎞가 훨씬 넘는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에 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시속 201㎞의 풍속을 유지하고 있는 리타는 이날 밤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연안에 최고 500㎜의 폭우를 뿌린뒤 24일 오전 석유화학 공장 등이 밀집해 있는 보몬트와 포트 아서시를 강타할 전망이어서 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리타가 몰고 온 비로 카트리나 최대 피해지인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다시 무너져 가까스로 물을 퍼낸 일부 지역이 며칠 만에 다시 물에 잠겼다. 미 육군 공병대는 최근 뉴올리언스의 제방을 겨우 복구했으나 이날 최소 30m 이상의 둑이 폭우에 다시 무너져 일부 시가지가 허리까지 물이 차 올랐으며 침수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방위군의 배리 가이드리 소령은 "제방 세 곳이 크게 무너져 물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며 "최악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리타에 대비해 수백 만 명이 피난길에 오른 가운데 휴스턴의 한 요양원 노인들을 실은 버스에서 불이나 24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노인 45명을 태우고 댈러스로 향하던 이 버스에서는 기계장치의 화재가 산소통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에 나서는 바람에 휴스턴 일대 도로는 거의 마비되고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들이 곳곳에 멈춰서는 사태가 빚어졌으며 대피를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주민들도 속출했다.

시속 282㎞의 5등급에서 3등급으로 세력이 약화된 리타는 당초 예상진로였던 휴스턴과 갤버스턴을 동쪽으로 약간 벗어나 보몬트와 포트 아서시를 강타할 것으로 예보됐다.

보몬트와 포트 아서 등 텍사스 연안 지역에는 석유화학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리타가 이곳을 때릴 경우 각종 산업피해는 물론 유가가 더욱 폭등하고, 환경 재앙도 뒤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리타는 더욱 약화된 상태에서 상륙할 가능성이 있지만 4.5~6m의 해일을 동반하고 최고 640㎜의 폭우를 뿌릴 것이라고 기상당국은 관측했다. 텍사스주 재난관리 당국 관계자는 리타로 인해 거의 5천700채의 집이 파괴되고 82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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