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카페도 진화한다

입력 2005-09-24 10:47:29

카페도 진화한다. 카페가 그저 분위기 있게 차나 마시는 공간이란 건 이제 옛말이다. 다양하고 독특하면서도 톡톡 튀는 테마로 고객들의 발길을 끌려는 카페들이 늘고 있다. 이런 이색 카페들은 이미 평범함을 거부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의 중심상가 동성로에 자리한 색다른 카페들을 찾아봤다.

◆북카페 '소설'

'방해받지 않고 차 한 잔 마시며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있다. 북카페 '소설'이 바로 그곳. 이곳은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왠지 어울릴 것 같은 카페다. 여느 카페와 달리 마음껏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잔잔한 올드팝이 귀를 간질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서 있는 책장을 빼곡히 메운 책들. 운영자 전우태(31) 씨는 2천 권 정도는 될 거라고 귀띔한다. 책들 사이로 1960년대 라디오와 전화기, 타자기 등 옛 물품들이 자리 잡고 있어 무척이나 고풍스럽다. 벽에는 유명 시인과 소설가들의 흑백 사진들을 걸어 꼭 전시회에 온 듯 남다른 분위기다.

처음 여기를 찾았다는 송영경(26·여·서구 평리동) 씨는 "늘어선 책들만 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상업적인 느낌이 적다"며 흐뭇해한다. 옆에 있던 친구 한일경(27·여·달서구 송현동) 씨도 다음에는 꼭 혼자서 와야겠다며 거든다. 한편에선 김수진(35·여·남구 대명동) 씨가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4, 5번 들렀다는 김씨는 직장을 마치고 대명동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술 한 잔 하면서 다른 사람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마음껏 책 한 권 읽을 수 있잖아요."

이곳은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장소다. 독서 모임이나 사진 동우회 등에서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2, 3개월에 한 번씩 벽을 이용해 사진전이나 작품전도 갖는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토·일요일은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다. 053)423-9399.

◆테디베어의 세상 '테디하우스'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문을 열다 말고 주춤거린다. 카페에 꽉 들어찬 테디베어 인형들 때문에 자칫 인형가게로 착각하기 일쑤다. 카페엔 사람보다 덩치가 훨씬 큰 것부터 손가락만한 것까지 100여 마리의 곰 인형들이 가득하다. 조그마한 가구 모형 속에 파묻힌 곰 인형들의 포즈는 무척 앙증맞다.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마치 인형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벽에는 고흐나 마네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까지 걸려 있어 세련된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은 올 7월 초 새롭게 단장을 했지만 이미 특색있는 카페로 입소문이 나면서 20대와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찾는 이가 많다. 아기를 안고 온 김은영(36·여·서구 평리동) 씨는 "시내에 아기를 데리고 올 만한 곳이 별로 없잖아요. 혹 아기가 울 때는 인형 하나 쥐어 주면 금방 얼굴이 환해져요"라고 말한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주미(20·여·달서구 감삼동) 씨는 곰 인형을 끌어안고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다. "친구 권유로 왔는데 인테리어가 고풍스럽고 마치 집에 있는 듯 편안하다"고 했다. 대학생 커플 이성윤(19·남구 봉덕동)·김은(19·여·중구 대봉동) 씨는 연인끼리 분위기 내기에도 괜찮다며 추천한다.

이곳에서 서빙을 하는 박상우(24·달서구 감삼동) 씨는 "테디베어 인형을 안고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많이 찍어요. 요즘 유행하는 싸이 홈피에도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라며 자랑했다. 053)424-0590.

◆대중 문화공간 '민들레 영토'

황토로 입혀 놓은 외관부터가 남다르다. 숲속의 집을 찾은 것처럼 포근하고 묘하다. 이곳은 지상 5층, 지하 2층의 건물 모두가 거대한 하나의 카페다. 규모뿐 아니라 이곳이 여느 분위기 있는 카페와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지상 4층에 세미나실이 있다는 점이다. 큰 방과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이루어진 세미나실은 대구 도심 동성로의 색다른 공부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방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1년 전부터 지인들과 부동산 스터디를 한다는 김동호(34·동구 효목동) 씨도 그들 가운데 한 명. "2주에 한 번씩 같이 모여서 공부해요. 요즘 직장인들은 사실 직업 보장이 안 되잖아요. 자기계발을 하려고 하는데 도심에 마땅한 장소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어요." 정세형(34·달서구 성당동) 씨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1인당 4천 원만 내면 남들 구애받지 않고 3, 4시간 공부도 할 수 있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무척 만족스러워요. 이만한 데가 없어요."

무엇보다 스터디 공간으로 제격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요즘은 이곳 세미나실이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정기모임으로 애용되고 있다. 5층에 자리한 이벤트홀은 평소에는 문을 닫아놓지만 단체로 예약을 하면 통째로 쓸 수 있다. 피아노까지 마련되어 있어 여러 가지 이벤트를 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선배와 저녁을 먹으러 왔다는 신기진(21·여·남구 대명동) 씨는 실내가 다른 카페에 비해 넓어 일단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053)422-8133.

글·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은 북카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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