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장 인근 주민 고통호소
대구지역 곳곳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소음, 먼지와 일조권침해 등으로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피켓 시위대'가 등장했고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를 중지하라며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까지 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시공사 측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맞대응에 나서고 관할기관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실정. 전문가들은 느슨한 관련법을 고쳐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대로 못산다
"밤낮 구분없이 드나 드는 아파트 공사차량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입니다. 또 먼지는 얼마나 심한지 집안이 먼지 투성이죠. 빨래를 해도 밖에 걸어 놓질 못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찌 살란 말입니까."(수성구 사월동 주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안에 따스함을 주던 햇살이 사라졌어요. 집앞에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가 빼앗아 버렸지요. 대낮에도 집안이 어두워 전등을 켜야 할 정도죠. 동굴 같은 곳에서 평생을 살란 말인지."(수성구 범어1동 주민)
최근 각 구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의 불평이 잇따르고 있다.수성구 사월동 한 아파트 주민 200여 명은 22일 오전 사월대성유니드 아파트 공사현장 앞에서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주민 이지혜(39·여)씨는 "먼지, 소음은 물론이고, 공사장 앞 인도블록까지 파헤치는 등 아파트 시공사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수성구 범어1동에 신축중인 유림건설의 노르웨이숲 아파트와 10m 도로를 사이에 둔 북편 30가구 주민들은 지난 7월 아파트가 일조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대구지법은 지난 12일 해당 시공사 측에 공사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주민대표 이동호(55)씨는 "법원이 일조권 침해를 인정해 공사중지를 결정했는데도 불구, 아파트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며 "손해배상소송 등 다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진천동 일대에 신축 중인 대성 스카이렉스와 신일 해피트리, 포스코 더 샵 아파트에 대해서도 지난달 인근 주민 60여명이 소음 및 분진 등의 피해를 보상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우리는 억울하다
그러나 아파트 시공사 측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없다는 입장이다.포스코건설 노기혁 과장은 "현재 공사진행 과정에서는 불법적인 부분이 전혀 없는 상태지만 주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주민들이 너무 무리한 보상을 요구해 난감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유림건설 사업부 이광현 과장은 "법원의 공사중지가처분 결정이 있은 뒤 바로 이의신청을 해 법원의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법원의 최종판결이 내려지면 주민들과의 보상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일이 자꾸?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공사와 인근 주민과의 마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법 등 느슨한 잣대가 문제라는 것.
김재권 변호사는 "일조권 침해에 대한 건축법의 기준이 너무 느슨해 인근 주민들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 지적했다. 그는 또 "동지일을 기준으로 연속 일조시간(오전 9시~오후 3시)이 2시간 이상 확보되거나 누적일조시간(오전 8시~오후 4시)이 4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만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법원판례 기준을 따르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행 법에는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
소음도 소음진동규제법상 낮 시간대에 70dB 이하면 상관없지만 이는 대로변에 차량들이 내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규제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도 귀가 불편한 소음인 셈. 이에 따라 환경부도 2009년 부터 규제기준을 65dB로 강화할 계획이다.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최병우 사무국장은 "일이 터지면 보상하면 된다는 식의 아파트시공사나 더 많은 보상금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생각이 맞물려 생겨난 현상"이라며, "이들의 마찰을 방관하는 행정기관의 소극적 자세도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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