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인간 속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입력 2005-09-23 16:00:29

스포츠는 경쟁이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경쟁이야말로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다. 경쟁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인간의 달리는 속도도 경쟁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육상 100m에서 10초대 벽은 1968년 깨졌다. 당시 수립한 9초99는 인간한계로 여겨졌으나 기록 경신은 이어져 2005년 9초77에 이르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단거리를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은 치타다. 시속 96~100km로 달리는 치타에 비해 지난 6월 아테네 그랑프리대회에서 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월이 수립한 100m 남자 세계기록은 시속 36.7 km에 불과하다.

초당 최고속력을 기준으로 하면 200m 기록에서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최고속력에 도달하는데 약 3초 이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파월은 1초당 10.16m를 달렸지만 2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마이클 존슨은 시속 37.26km에 해당하는 1초당 10.35m를 달렸다.

인간의 달리는 속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은 스포츠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사다. 한계극복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트레이닝에서부터 유니폼과 신발의 개발, 경기장 시설의 발전, 보다 첨단적인 런닝 기술의 개발, 섭취 음식의 변화 및 특수식품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첨단과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쩌면 유전공학의 도움까지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근육형태에는 수축속도가 빠르면서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속근섬유)과 느리면서 적은 힘을 내는 것(지근섬유)이 모자이크 모양으로 혼합되어 있는데, 그 수의 비율이 훈련과 성장과정에서 크게 변화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00m 선수는 빠른 근육의 비율이 높고, 마라톤선수는 느린 근육의 비율이 높다. 최근연구에 의하면 근육형태의 수적 비율이 훈련에 의해서 변화될 가능성이 다소 있으나, 빠른 것에서 느린 것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마라톤에서 2차례나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으나, 100m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인간의 달리는 속도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역대 남자선수 100m 선수의 최대 특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합성한 결과 그 한계를 9.50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 육상전문지는 2000년의 예상 기록을 9.70으로 제시한 바 있으나 아직 이를 깨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육상 전문인인 라이더 박사는 역대 기록의 변천과정에 의해서 추정해볼 때 2028년에 이르면 9초34까지 단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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