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지역 정치구도' 고착

입력 2005-09-22 13:36:09

총선결과 東-西, 南-北 표가름 확연

독일 총선 결과 동서독 지역간, 그리고 남부와 북부간 확연한 표 가름 현상이 나타났다.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동독 지역은 서독 지역과 판이한 투표행태를 보였으며 남부와 북부 간에도 지지 정당이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운동 기간에 일부 정치인들이 동서독 지역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도 동독 주민의 표심을 돌아서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당수는 선거 이전에 언론 회견에서 "동독 유권자들은 서독 유권자들보다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독일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해 동독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다. 이 발언 이후 동독지역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지만 오히려 서독지역에서는 지지율이 높아져 전체 지지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동독 지역에서 보수 야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이 철저히 외면당했다. 야당의 총리 후보인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동독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기민-기사당 연합은 동독 지역에서 지난 2002년 총선보다 3%포인트 낮은 25.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사민당(30.5%), 좌파연합(25.4%)에 이어 제3당으로 전락했다.

구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과 사민당을 탈당한 좌파 정치인들이 통합한 좌파연합은 동독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2당으로 부상했으며 전체적으로도 8.7%의 득표로 54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좌파연합은 서독지역에서는 4.9%의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남부와 북부 지역은 더욱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색깔로 표시되는 선거 결과 도표에서 북부는 사민당의 붉은색 일색이고 남부는 기민-기사당 연합의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과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의 경우 기민-기사당 연합이 5개 지역구를 제외하고 전체 지역구를 석권했다. 옛 동독 지역이지만 남부에 치우쳐 있고 가장 경제사정이 나은 작센주의 경우에도 기민당이 17개 지역구 중 14개를 차지했다.

반면 북부지역에서 사민당은 전통적 아성이자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라인-루르 공업지역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지켜냈다. 그러나 정당명부 투표에서는 라인-루르 공업지역이 속해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지난 2002년 총선에서 43%를 얻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40%를 얻는 데 그쳤다. 전반적으로 사민당 지지율이 떨어진 가운데 노동자가 많은 이 지역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정부의 사회복지 축소정책에 대한 반발이 사민당 지지율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수도인 베를린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사민당은 거의 전 지역구를 휩쓸었다.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사민당이 10개 지역구 전체를 석권했고 베를린에서는 12개 지역구 중 7개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좌파연합이 3석, 녹색당과 기민당이 각각 1석씩 가져갔다. 독일 총선의 이 같은 남-북 분리 현상은 지난 수차례의 선거에서 나타난 바 있으며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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